부형권 뉴욕 특파원
뱅커들은 “토요일 일요일도 일하는 은행을 자영업자 같은 소비자들이 원했는데 다른 은행들은 엄두를 못 냈던 일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TD뱅크는 ‘가장 먼저 열고 가장 늦게 닫고 일주일 내내 영업하는, 그래서 가장 고객 편의적인 은행’을 차별화 전략으로 삼는다. ‘일요일 공휴일에 은행도 쉬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혔다면 나올 수 없는 발상이다.
맨해튼 최고층 아파트에 사는 부자들 중엔 자신의 최고급 자동차를 지하 주차장에 두지 않고 창 너머로 흐뭇하게 바라보고 싶은 사람들도 있었나 보다. 그 욕구를 만족시켜 주는 ‘하늘 차고(Sky Garage) 아파트’까지 생겼다. 개인용 차량 엘리베이터가 수십 층 높이의 아파트 거실 옆 차고로 올라가는 구조다.
좌파 성향의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택시업계의 불만과 도심 교통체증 심화를 이유로 ‘우버 차량의 증가를 규제하겠다’고 밝혔다가 안팎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사실상 물러섰다. 규제 방침 발표 며칠 만에 받은 반대 의견 e메일만 1만7000통이 넘었고 뉴욕 시 내부에서조차 우버가 창출하는 일자리, 경제효과도 무시해선 안 된다는 반론이 들끓었기 때문이다. 뉴욕의 한 주간지는 “택시업계 간부들이 모여 우버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못 쓰게 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얘기마저 나왔다”고 전했다. 이미 뉴욕 시의 우버 택시 규모(약 2만600대)가 옐로캡(뉴욕 택시·약 1만3600대)을 추월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미국에서도 우버 운전사를 독립적인 사업자(우버의 계약자)로 볼 것인지, 아니면 실질적인 피고용인(직원)으로 분류할 것인지에 대한 법정 소송 등이 진행 중이다. 옐로캡 운전사들의 항의 집회와 시위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시장의 수요를 충족시키고 창출하는 혁신 DNA의 불꽃을 살려 나가려는 다양한 노력도 함께 진행된다는 점이 다른 나라와 차별화되는 느낌이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등 학계에서는 “우버 같은 21세기형 혁신 모델을 20세기식 구분법으로 규제하려 하지 말고 그에 맞는 새로운 틀(규정)을 만들어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이 살길은 성장도, 분배도 아닌 (우버 같은) 혁신”이라고 말하는 정치권 인사들도 적지 않다.
한국에서는 우버의 폐해를 걱정하며 반대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은 것 같다. 그래도 다른 한편에서 그 혁신 DNA를 고민하고 연구하는 사람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부형권 뉴욕 특파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