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애진·경제부
이 제도는 고객의 주식계좌를 상담 계좌와 비상담 계좌로 나눠 수수료를 따로 물리는 방식이다. 과도한 주식거래로 실적과 수수료를 챙기는 영업 관행을 고치겠다는 취지지만 직원들은 수수료 부담에 따른 고객 이탈로 영업기반이 무너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들은 앞서 주 사장의 사무실을 항의방문하고 지점장 협의체를 결성하며 철회를 요청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직원들은 제도 도입 과정에서 ‘주 사장의 불통’을 꼬집었다. 리테일본부 임원들이 지난달 25일 반대 성명서를 발표하자 사측은 사내 유포를 막기 위해 추석 연휴기간 직원 e메일 계정 사용을 막았다. 또 집단행동을 주도한 임원 4명을 대기발령 내렸다.
주 사장은 지난 몇 년간 증권가에서 가장 ‘핫’한 화제의 인물이었다. 2013년 취임 직후 전체 인원의 21%를 내보냈다. 과도한 매매거래를 제한하고, 개인성과급을 없앴다. 리서치 보고서에서 매도 의견 비중도 늘렸다. 하지만 강도 높은 개혁으로 수많은 인력이 떠나는 등 부작용도 있었다. 업계에서는 그의 개혁을 두고 상반된 평가를 내렸지만 내부에서는 ‘고객을 위한’ 것이란 공감대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 내분은 주 사장 스스로 자초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화증권의 한 임원은 “그동안 사장이 추진한 개혁이 고객을 위한 것이라는 명분이 있었기 때문에 직원들이 연봉삭감 등의 고통도 감수하고 따랐지만 이번에 사장이 보여준 태도는 고객을 위한 것도, 회사를 위한 것도 아니다”라며 씁쓸해했다.
주 사장의 임기는 6개월가량 남았다. 내부 갈등이 깊어진 지금 상태로 임기만 채운다면 주 사장의 개혁도, 회사의 미래도 물 건너갈 가능성이 크다. 그 피해는 무엇보다 고객에게 돌아갈 수도 있다. 주 사장이 항상 말해온 것처럼 ‘고객을 위해’ 당장 무엇이 가장 급한지 생각해 봐야 할 때다.
주애진·경제부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