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PP 협상 타결] 정식협상 5년여만에 결실
○ 거대 중국 견제할 ‘부(富)의 띠’ 전략
오바마 대통령은 TPP가 세계 무대에서 미국의 패권을 유지, 확대할 ‘새로운 규칙’임을 강조하면서 목표가 중국임을 명확히 해왔다. “중국이 21세기 무역질서를 새로 쓰려고 하는데 그렇게 되면 우리 노동자와 기업이 큰 피해를 보게 된다. 중국이 아니라 미국이 21세기 무역질서를 새로 써 나가야 한다.”(2월 주례 라디오 연설)
TPP는 지식재산권 보호, 기업 지배 구조(거버넌스), 노동과 환경 기준, 기타 금융 규제 등에 대한 미국 수준의 가치와 기준을 아시아 국가들에 확산시킨다는 점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기조로 한 ‘세계화의 심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서 미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참여국들의 경제적 부를 동시에 증진해 중국보다 힘의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맞선 중국 역시 최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출범시키고 ‘아시아태평양 자유무역지대(FTAAP)’ 구상 등을 통해 자신들이 주도하는 새로운 국제 경제 질서를 만들고 있어 아태지역을 중심으로 한미중 간의 패권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 5년 넘은 마라톤협상 마침내 결실
TPP 협상은 2005년 뉴질랜드와 싱가포르 칠레 브루나이 등 4개국으로 논의가 시작됐지만 2008년 미국과 호주, 페루 등 3개국이 뛰어들면서 규모가 커졌고 2009년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2010년 3월 베트남을 포함한 8개국으로 정식 협상이 개시됐으며 같은 해 말레이시아, 2012년 멕시코 캐나다, 2013년 일본 등이 참여하면서 지금의 12개국 논의 체제가 완성됐다.
협상은 순탄치 않았다. 참여 국가 수가 많고 의제가 워낙 복잡해 2013년 말까지 협상을 타결한다는 목표는 지켜지지 않았다. 특히 가장 큰 경제규모를 차지한 미국과 일본의 협상이 시간을 끌면서 2014년을 훌쩍 넘겼다. 하지만 올해 4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방미를 계기로 쌀과 유제품 설탕 밀 쇠고기 등 일본의 5대 민감 품목의 시장개방 정도가 합의되면서 협상이 급물살을 탔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