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수원의 염기훈(32)은 4일 광주전에서 도움 3개를 추가했다. 경기 후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염기훈이 통산 도움 71개로 개인 통산 최다 도움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염기훈 이전까지 최고 기록은 신태용 올림픽대표팀 감독(45)의 68개였다.
같은 날, 10년 넘게 깨지지 않던 신 감독의 기록을 넘어선 선수가 또 있었다. 몰리나(35·서울)는 전남과의 경기에서 도움 2개를 보태며 통산 69개의 도움을 기록했다. 그러나 몰리나의 기록은 염기훈의 기록에 밀려 주목받지 못했다.
아쉬운 점은 프로축구연맹이 발표한 염기훈의 기록 달성에 개운치 않은 면이 있다는 것이다. 염기훈은 71도움의 15%가량을 클래식보다 경기력 수준이 낮은 챌린지(2부 리그)에서 만들었다. 단일리그(K리그)로 운영되던 프로축구는 2013년 클래식과 챌린지로 나뉘었다. 염기훈은 2013년 경찰청 소속으로 챌린지에서 뛸 때 도움 11개를 보탰다. 몰리나는 챌린지에서 기록한 도움이 없다.
축구 종가 잉글랜드에서는 1부 리그 기록과 하위 리그 기록을 구분해서 집계한다. A 선수가 잉글랜드 프로축구에서 넣은 전체 골이 100골이라면 이 중 프리미어리그(1부 리그)에서 넣은 게 몇 골이고, 챔피언십(2부 리그)에서 넣은 골이 몇 골인지를 따로 발표한다. 프리미어리그와 하위 리그 기록을 합친 역대 최다 득점 기록은 발표되지도 않고, 팬들도 인정해 주지 않는다. 프로축구연맹은 염기훈의 기록 달성을 발표하면서 2부 리그에서 기록한 도움 11개에 대해서는 따로 알리지 않았다.
‘미스터 3000’이라는 제목의 영화가 있다. 내용은 이렇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3000안타를 치고 은퇴한 선수가 있다. 그런데 명예의 전당에서 이 선수의 가입 자격을 심사하던 중 기록이 잘못된 사실이 드러난다. 현역 시절 통산 안타 수가 2997개라는 것이다. 이 선수는 3000개에서 모자란 안타 3개를 채우기 위해 현역으로 복귀한다. 은퇴 후 9년이 지나 그의 나이 47세 때다. 영화에서 주인공은 안타 2개를 더 때려 2999안타까지 기록하지만 3000안타는 결국 채우지 못한다. 프로축구연맹 방식대로라면 영화 속 주인공은 굳이 메이저리그로 복귀할 필요가 없다. 한 수 아래의 마이너리그로 가서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안타 3개를 채우면 된다.
염기훈의 도움 능력을 깎아내릴 뜻은 없다. 염기훈은 올 시즌 도움 15개로 이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챌린지에서 기록한 11개의 도움을 빼더라도 내년쯤이면 충분히 신 감독의 기록을 넘어설 수 있다. 1, 2부 리그를 구분하지 않는 프로축구연맹의 기록 인정 방식은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