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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리포트]한국의 노동시장 개혁 어떻게

입력 | 2015-10-06 03:00:00

“대기업 노조는 10%도 안돼… 90% 위한 개혁돼야”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려면 기업들이 사람을 뽑을 수 있게 만들어줘야죠. 기업이 사람을 뽑으려면 인사에 어느 정도는 자율성이 있어야 하고요. 그게 노동개혁의 핵심이 돼야 합니다.”(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대기업 노조는 10%도 채 안 됩니다. 진정한 노동개혁은 이들이 아닌 나머지 90% 이상의 2차 노동시장(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고용상태에 놓여 있는 근로자들이 있는 시장)을 바꾸는 걸 목적으로 진행돼야 합니다.”(방하남 한국노동연구원 원장)

영국,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 각국이 앞다퉈 노동개혁에 나서고 있는 것은 전 세계적인 ‘저성장’ 기조를 탈출하기 위한 몸부림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17년 만에 이뤄낸 국내 노사정 대타협 또한 국가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것이라는 같은 목적을 갖고 있다.

2일 본보 인터뷰에서 권 원장과 방 원장은 모두 노동개혁은 결국 ‘노동 유연성 확보’에 방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원장은 해외 기업들이 바라보는 한국 노동시장의 현실 얘기부터 꺼냈다. 그는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한독상공회의소, 일본조인트벤처협회 등의 사람들을 만나면 약속이나 한 듯 한국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지적한다”며 “외국인 직접 투자액이 국내 자본 해외 투자액의 절반밖에 안 되는 것도 결국은 기업하기 힘든 나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2011∼2014년 해외 직접 투자액은 1140억 달러였지만, 외국인 직접 투자액은 같은 기간 635억 달러에 머물렀다.

그는 이어 “대기업의 경우 노사 간 힘의 균형이 깨진 상황이라 노조는 파업을 무기로 임금인상만 요구하고 있다”며 “기업이 강성노조에 끌려 다니는 한 한국은 국내 기업, 해외 기업 모두에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대기업 노조의 문제에 대해서는 방 원장도 생각이 같았다. 방 원장은 “1998년 이후 17년 만에 노사정 대타협에 이르게 된 배경 중에 하나는 1·2차 노동시장, 즉 대·중소기업 근로자 간 격차가 너무 심해졌기 때문”이라며 “노동계를 대표하는 노조도 집단이기주의에 빠지지 말고 90%의 2차 노동시장을 위해 양보할 것은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규직 ‘일반해고’와 관련해 권 원장은 “기업들이 얘기하는 저성과자 해고 요건 강화는 노동계에서 주장하는 ‘쉬운 해고’가 절대 아니고 실질적인 대상자도 그리 많지 않다”며 “만약 받아들이기 힘들다면 독일의 ‘변경해고제도’(사용자가 제시한 변경된 근로조건을 근로자가 거부해야 근로관계가 해지되는 제도) 도입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제안했다.

방 원장은 “해고 등 노동 유연성 확보에 있어 가장 큰 문제는 기업과 노조의 깊은 불신에서 비롯된다”며 “정부가 부적응자에 대한 일반해고 기준과 절차를 기존 판례와 법조문에 기초해 명확히 해 놓아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노사정 대타협이 가까스로 이뤄졌지만 결국은 이를 어떻게 실행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방 원장은 “유럽에서는 산별 노조들이 대표성을 가지기 때문에 정부와의 협상에서 기준만 정하면 개별기업들은 그걸 바탕으로 유연하게 협상에 나선다”며 “한국에서는 산업계(한국경영자총협회)와 노동계(한국노총, 민주노총) 모두 대표성이 약해 합의를 하고도 실현이 안 되는 문제가 되풀이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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