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연구개발특구 10년]<5·끝>역량강화 다음 과제는
지난해 11월 대전 유성구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연구개발특구 창조 특허 기술박람회’에서 미래창조과학부와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특허청, 대전시 관계자 등이 한국기계연구원의 매연 여과장치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진흥재단은 기술 사업화나 창업 의지를 가진 개인과 기업에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매년 박람회를 열고 있다.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제공
최형섭 전 과학기술처 장관(2004년 작고)은 자신의 회고록에서 “풍수지리에 관심이 많은 박정희 대통령이 대덕을 직접 (연구단지로) 추천했다”고 적었다. 이후 ‘한강의 기적’을 이끌어온 대덕연구단지는 2005년 정부가 ‘연구개발-기술사업화-재투자’의 선순환이 이뤄지는 연구개발특구로 개편됐다. 대학 7곳, 정부출연연구원 및 대기업 연구소 30여 곳, 기업 1485곳 등이 자리 잡은 산학연 클러스터로 변했다. 임창만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기획조정본부장은 “과학기술 투자는 확대 일로였으나 공공기술 사업화는 세계 20∼30위에 머물러 근본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입주 기업은 687개에서 3018개로, 코스닥 상장 기업은 11개에서 66개로, 고용 인원은 2만4000명에서 14만5000명으로 늘었다. 기업 매출도 2조6000억 원에서 35조4000억 원으로, 첨단기술 기업은 36개에서 114개로, 특허출원(누적)은 4만1368건에서 11만5279건으로, 기술 이전은 611건에서 1910건으로, 연구개발비는 3조6000억 원에서 8조3000억 원으로 각각 증가했다.
다음 달 발표될 미래창조과학부의 ‘제3차 연구개발특구육성종합계획(5개년)’ 용역을 수행 중인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손수정 박사는 “특구 자체의 역량을 강화하고 특구 간 연계 협력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며 “대덕은 기술을 뿜어내 주는 허브로, 다른 특구는 그 기술을 인큐베이팅하는 허브로 성장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대덕특구의 경우 연구개발 예산이 전국의 30%를 차지하는데도 벤처캐피털 등의 투자금은 전국의 3%에 불과하다. 대덕을 제외한 특구들은 연구개발의 인적, 지적 자원이 부족하고 기술사업화 역량이 미흡하다. 특구 전체적으로 산업의 수요와 괴리된 연구개발이 많고 특구 간의 연계 시스템은 미비하다. 진흥재단 관계자는 “아직 특구에서 세계적인 기업들이 나오지 못하고 있다”며 “구글, IBM 같은 세계적 기업이나 산하 연구소를 유치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춰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실정”이라고 전했다.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UST) 박갑동 학생처장은 “정부출연 연구소와 대학, 민간 연구소 등에는 수십 년 경력의 전문성을 가진 교수와 연구원 등이 대거 포진해 있지만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누고 기술을 주고받을 공간과 기회가 없다”며 “과학기술 혁신의 선순환에 필수적인 것은 무엇보다 인적 네트워크와 소통 아니냐”고 강조했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