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휴양지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전경. 올여름에는 1600만 명의 피서객이 다녀갔다. 해운대구 제공
‘세계도시’ 꿈꾸는 해운대
도시에 문화의 옷을 입히며 세계 도시를 꿈꾸고 있는 ‘부산’의 중심에 ‘해운대’가 있다. 해운대의 길이 세계로 열리고 있는 것이다.
해운대는 동래구에서 분구된 1990년까지만 해도 부산의 변방이었다. 신혼여행지 또는 여름철에만 외지인들이 북적대는 그저 그런 곳이었다. 당시 인구는 19만 명으로 부산의 10개 자치구(현재는 16개) 중에서 9번째였다. 그러나 지금은 부산의 중심이자 한국의 대표 브랜드, 글로벌 관광도시로 성장했다.
해운대는 2002년 한일 월드컵과 200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치르며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당시 월드컵 조 추첨 행사는 해운대 벡스코에서, APEC 정상회의는 동백섬 안 APEC누리마루하우스에서 열려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됐다. 이를 계기로 관광 인프라도 확충됐다.
해운대의 상징인 갈매기가 해운대해수욕장 앞바다에서 힘차게 날아오르고 있다. 해운대구 제공
센텀시티와 마린시티 그리고 엘시티
해운대의 얼굴을 확 바꾸는 역사(役事)도 한몫하고 있다.
비행기가 뜨고 내리던 황량한 땅, 개발마저 중단된 매립지 마천루가 휘황찬란한 ‘한국의 맨해튼’으로 바뀐 것이다. 센텀시티와 마린시티가 그곳이다. 8일 분양을 앞두고 있는 해운대관광리조트인 ‘엘시티(LCT)’가 2019년 완공되면 센텀시티-마린시티-엘시티로 연결되는 3개의 축이 해운대의 미래 100년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굴뚝 없는 도시’를 자랑하는 센텀시티에는 2009년 동양 최대 백화점인 ‘신세계 센텀시티’가, 2011년에는 부산국제영화제의 전용극장인 ‘영화의 전당’이, 2012년에는 부산문화콘텐츠콤플렉스가 들어섰다. 부산시청자미디어센터, 부산디자인센터, 영화진흥위원회, 영화후반작업기지, 부산데이터센터 등 각종 문화콘텐츠시설이 잇달아 입주했다. 정보기술(IT)과 영화·영상, 레저, 컨벤션, 국제업무, 주거 기능을 복합적으로 갖춘 창조경제 허브 지역으로 발돋움했다. 정부 관계자들은 “도시첨단산업단지를 배우려면 센텀시티로 가라”고 추천할 정도다. 현재 센텀시티에는 1548개의 산업체에 관련 종사자만 1만7000여 명에 달한다.
면적은 센텀시티의 3분의 1 수준이지만 센텀시티와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다. 이곳에는 2011년부터 해안선을 따라 초고층 주상복합건물(마천루)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국내에서 가장 높은 아파트인 80층(299.9m)의 ‘두산위브더제니스’와 두 번째인 72층 ‘해운대 아이파크’가 이곳에 있다.
바다에 비친 마천루와 황홀한 야경은 국내외 사진작가들의 사진 촬영지로 유명하다. 또 광안리해수욕장, 동백섬, 장산 등 최고의 조망권을 갖춰 고급 주상복합단지로 탈바꿈했다. 최근에는 파크 하얏트 부산에서 아델리스 아파트까지 해안을 따라 1.2m 높이로 쌓은 방벽 800m를 이용해 조성된 ‘영화의 거리’가 떠오르고 있다. 불과 10여 년 만에 수영강 일대의 황무지 땅이 황금의 땅으로 변했다.
또 전용면적 144m², 161m², 186m², 244m²(펜트하우스)로 구성되는 공동주택(아파트) 882가구도 들어선다. 온천 스파와 워터파크, 쇼핑몰, 타워 전망대 등 부대시설도 갖춘다. 2019년 사계절 체류형 복합 관광리조트로 완공되면 해운대에 또 하나의 관광명소가 탄생한다.
엘시티의 미래 기대가치는 초창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상전벽해로 변한 센텀시티와 마린시티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엘시티는 해운대 모든 것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이 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해운대 가치 높이는 사업들 눈길
엘시티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 다양한 비전 사업도 추진된다. 2013년 폐지된 기존 동해남부선 폐선 부지 일원에는 그린레일웨이 사업이 진행된다. 해운대 올림픽 교차로에서 기장군 동부산관광단지 경계까지 9.8km를 3개 구간으로 나눠 개발한다. 부산기계공고∼미포까지 1구간은 사계절 꽃길, 미포∼송정까지 해안절경 2구간은 해안 경관길, 송정역∼동부산관광단지 입구까지 3구간은 가로수길로 조성된다. 제안공모 중인 미포∼송정 구간은 특화된 명품 관광 공간으로 꾸민다는 구상이다. 1934년 문을 연 뒤 2013년 12월 2일 역사 속으로 사라진 해운대 역사는 해운대해수욕장 배후 상업지의 주차난 해결을 위한 대규모 공영주차장으로 탈바꿈한다. 산책로와 자전거도로도 들어선다.
해운대 신도시와 구도시를 단절시킨 길이 580m, 4차로 고가교인 과선교는 2016년부터 철거해 도시 및 관광기능을 되살린다. 천혜의 절경을 자랑하는 미포∼청사포 구간 1.5km의 군 해안 경계철책도 내년에 철거해 시민들에게 볼거리를 되돌려준다.
조용휘 silent@donga.com·강성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