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청년 리더]<12>수입車 정비업체 ‘싸다모터스’ 차윤식 대표
차윤식 싸다모터스 대표가 5일 경기 부천시 오정구 본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차 대표는 대기업을 그만두고 한국폴리텍대에서 자동차 정비 기술을 배운 뒤 수입차 정비업체를 창업해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부천=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몇 해 전 오랜만에 고등학교 동창회 자리에 나갔던 차윤식 씨(37)에게 한 친구가 말했다. 평소 자동차 정비 일을 하느라 기름때가 많이 낀 탓이었다.
“야, 손톱에 때 좀 있는 게 어디가 어떠냐.”
○ 정비기술 배우기 위해 대기업 사표
“회사 그만두고 자동차 정비 일을 하고 싶습니다.”
연봉 6000만 원의 대기업을 입사 3년 만에 그만둔다고 했을 때 부모님은 “더이상 내 자식이 아니니 나가라”고 했다. 2005년 겨울. 차 씨는 정말로 집을 나와 고시원 생활을 시작했다.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자동차 정비 기술을 배우기 위해서였다. 어렸을 때부터 고치고 조립하는 게 좋았다. 대학생 때는 동네 카센터에서 아르바이트도 했다. 자동차 정비 기술을 하나하나 배울 때마다 온 세상을 다 가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어느 날 카센터를 찾은 한 손님이 “공부 안 하면 저렇게 된다”고 자녀에게 하는 말을 우연히 듣고 큰 상처를 받았다. 기능인에 대한 차가운 시선을 처음으로 느꼈다.
기술자의 꿈은 그때 포기했다. 4년제 대학에 입학해 평범한 대학생으로 살았다. 여느 대학생들처럼 학점을 따고 영어점수를 높여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당당히 합격했다. 조직에서도 인정을 받았다. 하지만 기술자에 대한 소망은 사라지지 않았다. 연봉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회사를 다니고 싶은 생각보다 자동차를 향한 꿈만 더 커졌다.
그때 차 씨의 눈에 들어온 게 한국폴리텍대였다. 강서캠퍼스 자동차학과는 1년 과정이고 학비도 국비로 지원됐다. 80% 이상 출석하면 생활비도 줬다. 차 씨는 지금도 “학교 다닐 때가 가장 재미있었다”고 말한다. 오전 9시부터 밤늦게까지 학교에서 공부하고 자동차를 만졌다. 주간반과 야간반 두 과정을 모두 들었다. 학교에 가급적 오래 있기 위해 캠퍼스 근처에 고시원도 얻었다. 그렇게 차 씨는 총 8개의 자격증을 따낸 뒤 졸업했다. 초보 기술자에서 누구나 인정하는 전문기능인으로 거듭난 순간이었다.
○ 가격 낮추고 기술 높인 수입차 정비
수도권의 한 정비공장에서 2년간 현장 경험을 쌓은 차 씨는 2009년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서 수입차 정비업체 ‘싸다모터스’를 창업했다. 부모님의 손은 빌리고 싶지 않았다. 스스로 일어서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다행히 회사를 다니며 모아둔 돈이 좀 있었고 은행에서 소상공인 대출을 받아 문을 열 수 있었다. 직원이 단 2명인 작은 카센터였다.
당시는 수입차 판매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덩달아 정비 수요도 늘어나고 있었다. 그러나 수입차 부품과 공임이 너무 비싸 원성의 목소리도 높았다. 차 씨는 이 틈을 파고들었다. 일단 가격을 최대한 낮춰 고객을 끌어모았다. “수입차를 싸게 잘 고쳐준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매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종잣돈을 모은 차 씨는 경기 이천시에 1급 자동차정비공장을 직접 운영하면서 수입차 부품을 직거래로 조달하기 시작했다. 불필요한 유통마진을 빼서 가격 거품을 낮춰 보겠다는 의도였다.
싸다모터스의 모든 지점은 직영한다. 비용이 들고 신경 쓸 게 많지만 한 지점이 잘못하면 연대 책임을 진다는 경영철학을 도입했다. 그래야 고객만족도가 높아지고 직원들의 책임감도 강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차 씨는 자동차 관련 석사 학위도 딴 뒤 폴리텍대에서 강의를 하며 후학도 양성하고 있다. 수입차 정비 프랜차이즈와 관련된 자신의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싶어서다.
“움츠러든다고 세상이 알아주진 않더라고요. 자기가 하고자 하는 것이 있고, 그것에 대한 열정이 있다면 못할 게 없다고 봅니다. 자기가 재미있어 하는 일 같은 작은 것부터 시작해보세요. 열정만 있다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습니다.”
부천=유성열 기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