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10월의 주제는 ‘직장 에티켓’]<190>해도 너무한 궂은일 떠넘기기
“○○ 씨. 정수기에 물이 떨어졌네. 회사 들어와서 정수기 물통 좀 갈아줘.”
신 대리는 외근이 끝나자마자 회사에 들어가 정수기 물통을 갈면서 ‘이걸 할 사람이 나밖에 없나’ 하는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물통 용량은 19.8L. 보통 여성이 들기엔 쉽지 않으니 여직원은 넘어간다고 하더라도, 한 사람은 요통 핑계로, 다른 사람은 그냥 모른 척…. 어쩌다 보니 정수기와 가장 가까운 책상에 앉아있는 남자 사원 신 대리의 업무가 됐다.
한 중견기업 총무팀에 근무하는 김모 과장(38)은 최근 사내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가 봉변을 당했다. 회의가 끝난 회의실엔 항상 쓰던 종이컵과 간식 쓰레기가 남아 있었고, 화이트보드엔 글씨가 그대로 있었다. 그는 이 광경을 사진으로 찍어 “함께 정리정돈을 하자”고 독려하는 글을 사내 게시판에 올렸다.
그러나 얼마 후 김 과장은 술자리에서 직원들이 “원래 사무실 관리는 총무팀 역할 아니냐”, “왜 괜히 직원들을 곤란하게 만드냐”고 자신의 뒷담화를 한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돼 충격을 받았다.
자신의 일을 남에게 미루면서 엉뚱한 사람이 난감해지기도 한다. 한 대기업에서 청소를 담당하는 아주머니는 임원용 컵을 씻는 일도 했다. 마음씨 좋은 아주머니는 간혹 탕비실에 직원들이 컵을 두고 갈 때마다 씻어줬다. 그랬더니 직원들이 하나둘씩 탕비실에 자신의 컵을 두기 시작했다. 아주머니는 “다 씻어주자니 너무 많고, 놔두자니 야박하다”며 난감해했다. 결국 사무실 선임이 직원들에게 “본인의 컵은 본인이 씻으라”고 당부하면서 이 상황은 종료됐다.
사무실에서 자기 물건은 자기가 챙기고, 솔선수범하면 훈훈한 사무실 분위기가 만들어지지만, 허드렛일이라고 귀찮다고 미루면 결국 얼굴을 붉히는 상황이 생기게 된다. 사무실은 공동의 생활공간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생각하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