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훈이는 추석을 맞아 올해도 온 가족이 할아버지 댁에 가서 차례를 지냈습니다. 상훈이는 해마다 할아버지 댁에 갈 때는 자동차 트렁크에 그래도 잘 정리되었던 짐이 돌아오는 길에는 할머니께서 이것저것 담아 주시는 음식과 과일 등으로 여러 번 짐을 꺼내 다시 쌓은 경험이 있습니다.
상훈 “아빠, 한정된 공간에 물건을 잘 집어넣는 방법이 따로 없을까요?”
아빠 “글쎄, 짐을 다시 빼서 차곡차곡 쌓으면 안 될까? 사실 정해진 공간에 물건을 집어넣는 문제는 사업에서도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연구 대상이었단다.”
아빠 “그래, 그중 가장 오래된 것은 원을 직사각형 속에 집어넣는 문제란다. 이 문제는 흔히 슈퍼마켓에서 통조림을 쌓거나 상자에 담을 때 흔히 마주치는 문제지.”
상훈 “아 원통형 통조림 캔 말씀하시는 거지요? 그러고 보니 할머니께서 싸 주시는 원형으로 된 식혜 통들을 넣는 일이 제일 문제였던 것 같아요.”
아빠 “그럼 원을 배열하는 것부터 생각해 볼까?
○ 원 배열하기
[그림 1] 원의 사각형 배열
이번에는 다시 아래와 같이 배열하면 좀 더 촘촘하게 넣을 수 있습니다([그림2] 참조).
[그림 2] 원의 육각형 배열
○ 정사각형 속에 원 배열하기
[그림 3] 원 9개 육각 배열
[그림 4] 원 9개 직각 배열
이러한 유형의 문제는 정해진 공간에 되도록 많은 물건을 넣기를 바라는 택배 업체나 일정한 재료로 되도록 많은 조각을 만들기를 원하는 제조업에 도움이 됩니다. 여러분 중에도 과자를 같은 모양의 틀로 찍어 낼 때, 같은 문제를 경험한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주어진 공간에 물체를 채워 넣는 문제를 3차원으로 확대하면 한층 더 복잡해집니다. 앞서 이야기한 원과 비슷하게 구의 형태로 생각해 봅시다. 과일가게에 가면 과일들이 피라미드 모양으로 쌓여 있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과일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하는 이 쌓기 방식은 주어진 공간에 공을 가장 빽빽하게 쌓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오렌지들은 각 층에서 서로 육각형으로 배열되어 있습니다. 이는 앞서 살펴본 원의 육각형 배열과 일치합니다. 17세기 천문학자 겸 수학자인 케플러는 구를 가장 촘촘하게 쌓는 방법으로 이 방법을 주장하였으며 ‘하나의 구에 접할 수 있는 최대 구가 12개’라는 주장을 하였습니다. 1998년에 이르러서야 이것이 수학적으로 옳은 것임이 증명되었습니다.
케플러의 추측은 더 발전하여 이 쌓인 오렌지를 압축해 오렌지 사이에 공기가 전혀 없도록 했을 때의 모양까지 고려함으로써 마름모꼴 십이면체라는 특별한 입체 도형을 찾아내었고, 이는 일부 결정과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자연 현상을 설명하는 좋은 모델이 되고 있습니다.
다시 추석 택배로 돌아올까요? 명절마다 택배 업체들은 물체를 운반차에 집어넣는 문제에 마주칩니다. 이때에도 평평한 면들을 촘촘히 붙여 바둑판 모양으로 쌓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약간 불규칙한 패턴이 더 많은 원을 집어넣을 수 있는 것처럼 약간 비틀어 넣음으로써 주어진 공간에 더 많은 사각형 물체를 집어넣을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젠 짐을 쌀 때 짐의 모양과 제한된 공간을 고려하여 어떻게 하면 최대한 많이 넣을 수 있을지 생각하면서 짐을 싸 보면 어떨까요?
박지현 반포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