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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전 나주 ‘드들강 여고생 살인사건’…이번엔 범인일까

입력 | 2015-10-07 20:07:00


14년 전 발생한 여고생 강간살인 사건의 범인이 이번에는 밝혀질까. 경찰이 유전자(DNA) 정보를 토대로 유력한 용의자를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해 결과가 주목된다.

사건은 14년 8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1년 2월 4일 오후 3시 전남 나주시 남평읍 드들강에서 A 양(17·고2)이 알몸 상태로 숨져 있는 것을 주민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A 양은 이날 오전 1시 14분 광주 자신의 집에서 외출한 뒤 실종됐다. 경찰은 A 양이 인터넷 채팅을 하던 남성을 만나 성폭행 당한 뒤 목 졸려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강물에 버려져 익사한 것으로 결론 냈다. A 양이 입고 있던 옷은 발견되지 않았다. A 양의 몸에서 채취한 용의자 체액이 유일한 증거였지만 일치하는 사람도 끝내 찾지 못했다.

경찰은 2012년 대검찰청에서 유전자 감식 결과 A 양의 체내에서 검출된 유전자가 목포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김모 씨(38·당시 24세)의 것과 일치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김 씨는 2003년 2월 광주에서 40대 금은방 주인을 살해하고 알몸 상태로 암매장 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었다. 경찰은 김 씨를 조사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당초 A 양을 모른다고 했던 김 씨는 DNA 정보를 내밀자 “채팅으로 만나 잠시 사귄 것 같다”고 말을 바꿨고, 결국 검찰은 지난해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처분했다.

2013년 강간살인죄의 공소시효가 폐지되면서 경찰은 올 2월 미제 해결 전담팀을 구성해 재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A 양 사건이 2003년 금은방 주인 살인사건의 수법과 유사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김 씨는 경찰에 “A양이 죽기 3,4일 전 채팅사이트에서 만나 합의하에 성관계를 가졌지만 죽이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은 A 양이 숨질 당시 생리 중이었고, 김 씨의 주장처럼 3,4일 전에 성관계를 가졌다면 A양의 몸속에 김 씨의 체액이 남아있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또 A 양 사체에서 발견된 체액은 사망 서너 시간 전 것이라는 사실도 밝혀내 김 씨가 거짓 진술을 하고 있다고 결론냈다. 이어 A 양의 컴퓨터를 분석해 A 양이 사건 당일 실종 직전에 김 씨와 처음으로 채팅사이트에서 처음 대화를 나눈 사실도 확인했다.

전남 나주경찰서는 김 씨를 A 양을 성폭행한 뒤 살해한 혐의(강간살인)로 검찰에 기소의견을 다시 송치했다고 7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을 해결하는데 가장 중요한 단서는 용의자의 유전자 정보였다”고 말했다.

나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