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헌·워싱턴 특파원
그는 “참가국들이 환율 조작을 어떻게 측정하고 뭐가 환율 조작인지에 대한 원칙을 만들었다”고 소개하는 대목에서 내용이 다소 어려워지자 예를 들어가며 “베트남이 갑자기 미국의 노동 기준을 받아들이지는 않겠지만, 우리(미국)에 의해 베트남은 처음으로 아동노동이나 강제노동을 금지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게 됐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곧이어 농무부를 방문해 농업계 리더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TPP가 미국의 노동자, 사업가, 농부, 목장주들에게 좋은 일이라는 확신이 없다면 협정문에 서명하지 않겠다”며 TPP 타결로 불안해하는 일부 농업 분야 종사자들 달래기에 나섰다. 다음 날인 7일 오후에는 백악관에서 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와 ‘근로자들과의 대화’ 행사를 갖고 TPP가 미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직접 설명할 예정이다. 이 행사는 인터넷을 통해 미 전역에 생중계된다.
일각에서는 이미 우리는 TPP 12개국 중 10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이행했거나 협정 이행 대기 중이고 TPP 규범이 FTA보다 낮은 수준이어서 우리 입장에서 크게 우려할 일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말 그런 건지 설명이 듣고 싶다.
한미 간 국정 운영의 방식과 문화가 다른 만큼 주요 어젠다를 국민에게 설명하는 수준을 수평 비교할 수는 없다. 다만 TPP가 미중 간 패권 경쟁의 상징이자, 한국의 경제 영토에 큰 영향을 미칠 사안인데도 최소한의 대국민 소통 없이 TPP 문제를 너무 쉽게 다루는 듯해서 아쉽다.
이승헌·워싱턴 특파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