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日의 교훈/ 조급증 한국]
청와대에 간 기능올림픽 선수들 박근혜 대통령이 8월 25일 제43회 국제기능올림픽 선수단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하기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가지타 다카아키 도쿄대 교수처럼 스승과 제자가 30년 넘게 한우물을 팔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런 ‘기다림’이 있었다. 버블 붕괴의 후유증 속에 과감히 지원을 결정한 정부, 스승이 시작하고 제자가 결실을 보는 연구시스템은 2000년 이후 노벨상 과학 분야 수상자에 일본인 16명을 배출하는 성과로 나타났다.
노벨상을 꿈꾼 건 한국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걸어온 길은 달랐다. 정부는 늘 당장의 성과를 원했다. 1년 2년, 길어야 3∼5년의 시간을 주고 ‘뛰어난 업적’을 요구했다. 연구자들은 연구 자체가 아닌 연구지원금을 받아내는 것에 목적을 둘 수밖에 없었다.
대회 홈페이지엔 한국 2위 국제기능올림픽대회 홈페이지에 게시된 2015 상파울루 국제기능올림픽 종합메달점수 표. 한국은 브라질에 이어 2위에 올라 있다. 국제기능올림픽대회 홈페이지 캡처
7일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브라질 대회에서 한국은 금메달 13개, 은메달 7개, 동메달 5개 등 메달 25개와 우수상(평균 점수 500점 이상) 14개의 성적을 올렸다. 개최국 브라질은 금 11개, 은 10개, 동 6개, 우수상 19개를 획득했다.
하지만 한국이 발표한 종합우승의 기준을 놓고 국제기능올림픽조직위원회(WSI)의 성적평가 방식과 다르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WSI는 2005년 핀란드 대회 때 공식 성적평가 방식으로 ‘종합메달점수(Total Medal Points)’를 도입했다. 금 4점, 은 3점, 동 2점, 우수상 1점으로 집계해 우승국을 가린다. 이를 적용하면 개최국 브라질은 총 105점으로 종합우승국이고 한국이 97점으로 준우승국이 된다.
그러나 고용부와 산업인력공단은 종합메달점수 외에 WSI가 산정하는 3가지 지표 가운데 2개에서 1위를 차지했고 전체 메달 수도 가장 많아 종합우승으로 봐야 한다는 견해다. 한국이 1위를 한 2개 지표는 ‘평균메달점수(Average Medal Points·참가국이 획득한 총메달점수를 참가 직종 수로 나눈 평균값)’와 ‘평균스코어(Average Points Score·참가국 선수가 획득한 총점수를 참가 직종 수로 나눈 평균값)’ 등이다. 산업인력공단 관계자는 “평균메달점수와 평균스코어도 대회 조직위가 발표하는 공식 순위”라며 “2007년 대회부터는 4가지 순위를 그대로 발표할 뿐 어느 한 순위를 기준으로 종합우승을 산정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일부 기능인들은 “‘평균메달점수’와 ‘평균스코어’는 회원국 간 기능 교류, 향상 및 기능 개발 촉진, 직업훈련제도의 정보 교환 목적으로 활용되는 기준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2005년 6월 핀란드 대회에서 한국은 금 3개, 은 8개, 동 5개, 우수상 10개로 메달 합계 6위에 그쳤지만 종합메달점수 기준에 따라 준우승을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산업인력공단 측도 “금메달 수에서 밀렸으나 종합적인 경기력을 나타내는 점수 환산 방식의 순위에서는 준우승을 차지해 여전히 한국이 기능 강국임을 입증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1970, 80년대에는 국제기능올림픽에서 우승하면 카퍼레이드를 할 정도로 관심이 높았다. 그러나 기능인 홀대 논란이 일면서 국민들의 관심에서도 멀어졌다. 이 때문에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단뿐 아니라 한국위원회 측도 ‘종합우승을 해야 그나마 조명을 받을 수 있다’는 압박감을 받고 있다. 대회 때마다 자의적으로 기준을 바꿔가며 ‘종합우승’이란 타이틀에 목숨을 거는 이유인 셈이다.
선수단의 한 관계자는 “우승은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기능인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적다”며 “기능인을 우대하는 문화가 정착되지 못했기 때문에 ‘종합우승’ 논란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차준호 run-juno@donga.com·유성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