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日의 교훈/ 멀리 본 일본]
○ 학문 3대의 집념
이 장비는 도쓰카 교수의 지휘 아래 1996년 가동됐으나 2001년 시설의 70%가 파손되는 사고가 났다. 사고 다음 날 ‘이대로 문을 닫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던 실무자들 앞에서 도쓰카 교수는 “재건을 시작한다”고 선언했다. 대장암 수술 직후였음에도 복구를 진두지휘하던 그는 노벨상 수상 유력 후보로 꼽혔으나 2008년 안타깝게 세상을 떠나고 만다. 스승 고시바 교수는 먼저 세상을 떠난 제자를 기리는 상을 만들었다. 도쓰카 교수의 추모집에 “선생님이 말씀하신 거대한 꿈을 향해 정진하겠다”는 글을 남겼던 제자 가지타 교수는 결국 이번에 노벨상을 받았다.
○ 버블 붕괴 후에도 지원 유지
기초과학의 중요성을 인식한 일본 정부는 버블이 붕괴한 1990년대 초에도 슈퍼 가미오칸데 지원을 지속하면서 기후 현의 산골마을을 세계 과학의 중심지로 만들었다. 이곳은 최근 설비의 성능을 20배나 높인 ‘하이퍼 가미오칸데’ 설치도 추진 중이다. 도쿄돔을 가득 채우는 규모인 100만 t의 수조를 설치하고 10만 개의 광센서를 설치하는 데 드는 비용은 800억 엔(약 7800억 원)에 달한다. 2025년 장비가 완성되면 기존 설비로 20년 동안 관측해야 얻을 수 있는 데이터를 1년 만에 얻게 된다. 일본 정부는 이를 활용해 추가로 노벨상 수상자가 나올 것을 기대하고 있다.
기초과학 투자에 적극적인 기업 문화도 결정적이다. 1대 고시바 교수는 자신의 책에서 “대기업 부설 재단을 찾아가 전자-양전자 충돌 실험 지원을 요청했는데 ‘산업계에 어떤 도움이 되느냐’는 질문을 받고 ‘100년은 지나야 알 수 있다’고 답했지만 결국 지원금을 받았다”고 전했다.
○ 일본의 고민
2001년 일본은 ‘제2기 과학기술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5년간 24조 엔을 투자해 2050년까지 노벨상 수상자 30명을 내겠다”고 선언했다. 무모한 발상이라는 비난을 받았지만 벌써 절반을 달성했다. 2001년 이후 과학 분야 수상자만 따지면 일본은 미국에 이어 2번째이다. 일본 과학계는 당분간 노벨상 수상자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언론에서는 벌써부터 현재 이후를 걱정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7일 “젊은 연구자들의 고용이 불안정하다 보니 박사학위 취득자가 2006년을 기점으로 줄어들고 있다. 폭넓게 연구비를 지원하던 국립대 지원금도 줄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