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이상저온현상 탓 수확량 ↓ … 태음인에게 추천, 소음인 과다섭취 피해야
배는 장미과에 속하며 인도 북서부, 중국 서부, 남동유럽 등이 원산지로 추정된다. 인도 북서부에서 나온 배는 남방형배, 중국 서부는 북방형배, 남동유럽은 서양배 등으로 나뉜다. 한국에서 주로 재배되는 배의 고향은 중국 서부 지역이다. 요동반도에서 백두대간을 거쳐 한반도로 유입됐다.
국내 재배 초창기에는 산돈배, 참배, 백운배, 돌배 등이 주를 이뤘다. 이들은 지금의 것보다 알이 크지 않고 당도도 떨어진다. 삼국시대부터 절이나 정원을 중심으로 재배됐다. 1906년 서울 한강 뚝섬에 구한말 정부가 원예시험장을 세우고 일본배를 도입·재배하면서 토종배는 자취를 감췄다. 이곳에서는 일본배에 토종배 등을 교접해 신품종을 육성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생산되는 배 품종은 신고가 약 35%를 차지한다. 이어 만삼길, 장십랑 등 순이다. 장십랑은 9월 중순 이후부터 나오기 시작하며 신고는 10월, 만삼길은 11월 이후에 수확한다. 만삼길은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기온이 높은 남부지역에서 주로 재배한다.
전남 나주배는 대부분 신고 품종으로 육즙이 풍부하고 당도가 높아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울산배도 신고가 주를 이루며 나주배와 함께 한국을 대표한다. 나주배는 국물이 찐득할 정도로 당도가 높으며, 울산배는 바삭한 식감을 가졌다. 경기도 남양주의 먹골배, 충남 천안의 성환배, 경기도 안성배도 신고 품종으로 나주배와 울산배의 뒤를 잇고 있다.
나주 지역농협의 한 조합장은 “올해 개화기 이상저온현상으로 수확할 배가 예년의 약 30~40% 수준”이라며 “하지만 태풍 피해가 거의 없고 일조량도 많아 배 당도가 높고 품질이 좋다”고 말했다.
북한에서는 황주, 함흥, 원산, 의주, 가산 등에서 나온 배가 이름이 높다. 일본배 중에서는 육질이 유연하고 육즙이 풍부한 이십세기 등이 유명하지만 병에 약하고 저장성이 부족하다.
최근 국내에서 생산되는 배에 생장촉진제 중 하나인 일본산 지베렐린 도포제를 사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년 배장사의 최대 대목인 추석에 맞춰 배를 수확하기 위해서다. 올해와 같이 추석이 이른 시기에 위치하면 생장촉진제 사용은 더욱 늘어난다. 배에 지베렐린 도포제를 처리하면 정상 수확시기보다 10~20일 가량 수확을 앞당길 수 있다. 하지만 배 당도가 낮아지고 저장성도 떨어져 장기적으로는 배농사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한국배는 유기산 함량이 0.12~0.31%에 그쳐 사과와 달리 새콤한 맛이 적다. 수분은 약 89% 내외로 주성분은 당분이다. 당함량은 일반적으로 10~12%이며 설탕(3~7%), 과당(2~4%), 소르비톨(1.8~3.3%), 포도당(0.7~1.8%), 이노시톨(0.01%) 순이다.
배는 성질이 차고 서늘해 한방에서는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의 가슴 속 번열을 내려주고 갈증을 해소시키는 데 사용한다. 숙취 증상을 없애주며 변비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소고기의 질긴 조직을 부드럽게 만들어주고 콜레스테롤을 용해시키므로 불고기를 조리할 때 함께 사용하기도 한다. 배 잎사귀 달인 물은 버섯중독 해소에 효과적이다. 민간에서는 기침과 가래를 없애기 위해 속을 파낸 배에 꿀을 넣어 뚜껑을 덮어 푹 고아 만든 이붕고(梨硼膏)를 애용했다.
김달래 한의원 원장(전 경희대 한의대 교수)은 “배는 태음인에게 좋은 식품”이라며 “태음인은 다른 체질에 비해 고혈압, 당뇨병, 암 등 질환에 잘 걸리는 데, 식사 전후로 배를 먹으면 과식을 막고 발암물질이 빨리 배출된다”고 말했다. 이어 “치명적 부작용은 없지만 몸이 차고 소화력이 약한 소음인은 과다섭취를 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취재 = 현정석 엠디팩트 기자 md@mdfac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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