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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가 만성피로 원인… 3W로 걱정-불안 떨치세요

입력 | 2015-10-09 03:00:00

[2015 건강 리디자인]
[당신의 노후건강, 3040때 결정]생각 리디자인




30, 40대가 겪는 만성피로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원인일 때가 많다. 김병수 서울아산병원 건강의학과 교수가 이승준 씨(왼쪽)에게 ‘심박 변이도 검사 결과’를 설명해 주고 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잠을 자도 잔 것 같지 않고 몸이 무겁습니다.” “오후 3∼5시경에는 뒷골이 뻐근하고 당길 때가 많습니다.” “가슴도 자주 답답하고요….”

스스로를 만성피로증이라고 생각하는 회사원 이승준 씨(37)가 털어놓는 주요 증세다. 직장생활만 11년 차인 이 씨는 3, 4년 전부터 이런 증세를 경험해 왔다.

그에겐 특별한 만성질환도 없다. 평소 주 1, 2회 헬스클럽에서 꾸준히 운동을 해 왔다. 술도 주 1번 정도만 마시는 ‘바른 생활’ 스타일의 보유자다. 수면 습관도 규칙적이다. 오후 11시 반∼밤 12시경에 잠자리에 들고 평균 6시간 30분 정도 잔다.

○ 정신적 긴장상태가 만성피로 원인

몸에 특별한 이상은 없지만 지속적으로 피로를 느끼는 이 씨. 그를 진단한 서울아산병원 건강의학과 김병수 교수는 “30, 40대들의 경우 체력적인 요인 못지않게 정신적인 원인으로 인해 만성피로를 경험하는 이가 많다”며 “이 씨의 경우도 스트레스가 주요 원인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심장박동과 신경계의 활동량을 측정해 긴장도 수준을 평가하는 ‘심박 변이도 검사’ 결과, 이 씨는 △각성 △긴장 △불안감 등을 이완시키는 기능을 하는 부교감 신경계의 활동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의 부교감 신경계의 활동 수준은 36%로 3040세대 기준으로 하위 15% 수준이었다.

김 교수는 “더 자세한 내용은 정밀 검사와 장기간 상담을 해야겠지만 이 씨의 스트레스가 전형적인 만성피로 증세의 큰 원인 중 하나라는 건 확실히 증명됐다”고 평가했다.

만성피로를 호소하는 50, 60대의 경우 앓고 있는 만성질환이 악화하거나 근력이 급격히 떨어져 나타나는 체력 저하가 가장 많다. 그래서 50, 60대를 대상으로 한 만성피로 처방은 체력 키우기에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30, 40대는 단순히 체력 저하가 만성피로의 원인인 경우는 드물다. 이 경우 아직 젊기 때문에 비교적 회복도 빠르다. 하지만 이 씨처럼 스트레스 같은 정신적 요인이 원인일 경우는 장기간 상담과 생활습관 개선 같은 처방이 필요하다.

○ 나도 모르게 ‘앉으나 서나 업무 생각’

이 씨는 금융계통에서 일을 한다. 오후 4시까지는 고객을 상대하면서 금융시장 상황을 지속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출근길, 점심 식사 뒤 자유시간, 퇴근길, 잠자리 들기 전 같은 상황에서 주로 어떤 생각을 하느냐는 질문에 이 씨는 ‘회사와 업무’라고 답했다.

최근의 습관 변화를 묻자 ‘하루에 두세 번(아침, 점심시간 등) 마시던 커피를 아침에 한 번만 마신다’고 답했다. 그 이유는 ‘바뀐 업무 때문에 책상에 복귀하는 시간이 좀더 빨라졌기 때문이다’고 털어놓았다.

김 교수는 “상대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장인에게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모습”이라며 “이 씨 같은 상황에 처한 30, 40대는 자신도 모르게 사실상 하루 일과 시간의 대부분을 ‘회사일 생각하기’로 보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 스트레스 덜어내는 ‘3W 습관’

1시간 반 정도 이 씨에 대한 검사와 상담을 진행한 김 교수는 생활습관을 바꿔야 한다고 평가했다. 이를 위해 ‘생각을 리디자인해야 한다’는 처방을 내렸다. 정확히는 회사와 업무에 대한 생각을 인위적으로라도 줄여야 한다는 조언이었다.

당장 시작하면 좋은 리디자인 방법으로 김 교수는 ‘3W 습관’을 제시했다. ‘감각 느끼며 걷기(Walking)’ ‘걱정 정리하는 시간 갖기(Worry Time)’ ‘자기 전 따뜻한 물로 샤워하기(Warm Shower)’ 등을 습관화하라는 것이다.

먼저 감각 느끼며 걷기는 걷는 중 불필요한 걱정을 덜어내기 위한 시도다. 한창 직장생활을 활발히 하는 30, 40대의 경우, 업무 생각을 가장 많이 하는 시간은 걷고 있을 때다. 식사 뒤 산책, 퇴근길 등에서 다른 생각하지 말고 △발바닥 감각 △피부에 닿는 바람 △나뭇잎 색깔 같은 평소 관심을 가지지 않던 감각을 느끼는 데 최대한 집중하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매일 다른 감각을 느끼며 걷는 것이 부교감 신경계를 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걱정 정리하는 시간 갖기는 잠들기 1시간 전에 그날과 다음 날 자신의 스트레스 요인을 간단한 키워드로 정리하는 것이다. 스스로 ‘이때만 걱정한다’는 식의 자기 암시를 주고, 생각 속 걱정을 털어놓는 조치다. 잠자기 전 따뜻한 샤워하기는 체온을 올려 숙면을 취하게 해주는 게 목적이다.

김 교수는 “‘3W 습관’은 30, 40대가 생활습관을 통해 걱정을 덜어낼 수 있는 방법”이라며 “업무, 부서, 회사 등이 바뀌어 평소보다 스트레스가 높다고 스스로 느낄 때 곧바로 시도하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한편 체력 관리를 통해 정신적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도 가능하다. 전체적인 체중 특히 뱃살 등이 많이 늘었다고 느껴질 땐 운동으로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것도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거나 자신감을 키우는 데 효과적이다.

▼ [주치의 한마디]술로 푸신다고요? 체력 떨어져 더 피로해집니다 ▼

만성피로를 호소하는 30, 40대 환자들은 과도한 업무로 인한 체력 저하와 스트레스를 동시에 겪는 사람이 많다. 상당수는 이른바 좋은 직장에서 성실하게 일하고 동시에 어느 정도 인정을 받고 있는 사람이다.

안타까운 건 스스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생각하면서도 이를 어떻게 줄일지에 대해서는 고민을 많이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30, 40대 환자 중 많은 수는 스트레스와 피로해소법으로 ‘친한 동료들과의 술자리’와 ‘주말에 누워서 편하게 쉬기’ 등을 꼽는다.

문제는 이 방법이 실제로는 스트레스와 피로해소에 도움이 별로 안 된다는 것이다. 술, 특히 한국식 회식자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과음은 오히려 체력을 떨어뜨리기 십상이다. 또 술은 실질적인 긴장 완화 효과도 크지 않다.

주말에 누워서 편하게 쉬는 것도 마찬가지다. 몸 자체는 편하게 쉬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정신은 계속 기존의 걱정거리에서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좋은 대기업에서 빠르게 책임자급으로 승진한 뒤 스트레스가 주 원인인 만성피로 때문에 상담을 받고 있는 환자가 주변에 몇 명 있다. 하나 같이 주말 주요 일과 중 하나로 ‘하루 종일 누워서 쉬는 것’을 꼽았다. 이들에게 ‘누워서 무슨 생각을 주로 하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모두가 ‘회사와 업무’라고 답했다.

이런 사람들은 사실상 휴식이 없다. 오직 일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피로도 특히 정신적인 피로도는 계속 올라가게 된다.

그런 점에서 만성피로를 경험하고 있는 30, 40대, 특히 사회적으로 꾸준히 성장하기를 원하는 사람일수록 일로 인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는 전략도 세우라는 조언을 하고 싶다.

스트레스 때문에 만성피로를 경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30, 40대라면 회사에서 식사 뒤 30분 정도, 퇴근길에 1시간 정도의 자유시간을 가져보는 것이 좋다. 걷는 시간이어도 좋고, 가볍게 운동하는 시간이어도 된다. 그 대신 이때만큼은 회사나 업무 생각은 하지 말고 몸의 감각을 느끼는 식으로 생각을 완전히 돌려보자.

30, 40대가 비교적 쉽게 시도할 수 있고 동시에 효과도 맛볼 수 있는 ‘생각 리디자인’ 방법 중 하나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김병수·서울아산병원 건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