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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경영의 지혜]제품 경쟁력 없는 ‘애국심 마케팅’은 실패 가능성 높아

입력 | 2015-10-09 03:00:00


소비자 중엔 자국 기업을 돕기 위해 국산품을 써야 한다는 사람도 있고, 자국산이든 외국산이든 자신이 좋아하는 걸 선택하겠다는 사람도 있다. 전자는 자국 중심주의, 후자는 소비자 세계주의라고 볼 수 있다.

최근 프랑스 IESEG대 연구진은 유럽에서 소비자 성향에 따른 자국산과 외국산 제품 선호도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국가 정체성이 강한 사람일수록 자국산 제품을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었다.

또 외국에 대한 거부감이 적은 사람일수록 외국산 제품을 높게 평가하고 구매 의도도 강했다. 여기까지는 예상 가능한 결과다. 그런데 이 두 성향이 꼭 상반되는 것은 아니었다. 국가 정체성, 즉 애국심이 강하면서도 외국산 물건에 대한 개방성도 높은 소비자가 상당히 많았다.

연구진은 이렇게 이중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을 ‘애국적 세계주의자’라고 명명했다. 자국산 제품을 일단 지지하지만 외국산 제품에 대해서도 큰 거부감이 없는 사람들이다. 전체 조사 대상 소비자 중 절반에 육박하는 약 45%가 이런 애국적 세계주의자였다. 15%는 국산에 대한 선호도가 전혀 없는 순수 세계주의자였고, 나머지 40%가 국산품을 철저히 선호하는 사람이었다.

외국의 사례이긴 하지만 이 연구 결과는 애국심을 강조하는 마케팅이 상당수 시민들의 반감을 유발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미국에서 GM은 쉐보레 브랜드를 광고하면서 ‘우리 나라, 우리 트럭(Our Country, Our Truck)’이라는 구호를 도입했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현대 소비자들은 애국심만큼이나 개방적 사고와 다양성 추구라는 가치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런 가치를 훼손하는 단순한 애국심 마케팅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벨기에는 자국 치즈를 광고할 때 “벨기에 치즈는 계속 여러분을 놀라게 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다양한 치즈 품종을 소개하는 전략을 택했고, 좋은 성과를 거뒀다. 애국심을 자극하는 동시에 제품 자체의 경쟁력도 강조한 것이다.

홍진환 수원대 경영학과 교수 jinhong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