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덕 산업부 기자
얼마나 좋은 제도이기에 기업이 “우리나라 교육시스템이 최고”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걸까. 한국에선 최고 스펙의 신입사원을 싹쓸이해 가는 대기업조차 “도대체 대학에서 뭘 배웠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을 한다는데 말이다.
독일에서는 초등학교 4학년이 끝나면 첫 번째 진로 선택의 시기가 온다고 한다.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면 인문계 고등학교인 ‘김나지움’을, 기술자나 공무원이 되길 원하는 학생들은 실업계 고등학교 ‘레알슐레’를 선택한다. 초등과정 학습을 좀 더 보완해야 하는 일부는 ‘하우프트슐레’로 간다. 독일의 대학 진학률은 30% 정도에 불과하다. 인문계, 실업계를 불문하고 대부분의 고등학생들이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그리고 실제 70% 가까이가 대학에 들어가는 한국과는 대조적이다.
하트로트는 매년 10명씩의 레알슐레 4학년을 새로운 견습생으로 선발한다. 또 6학년을 마친 졸업생 10명씩은 거의 100% 정규직으로 채용해 왔다. 인사책임자는 “견습생이 그만두겠다고 하지 않는 이상 100%”라고 강조했다. 이유는 “3년간 일을 하면서 회사의 업무와 문화에 이미 적응이 돼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기업들은 훌륭한 견습생이 일찌감치 자신의 회사를 선택하도록 선의의 경쟁을 펼친다. 방법은 이들을 잘 교육한 뒤 좋은 대우로 고용하는 수밖에 없다. 하트로트 관계자는 사무실 한쪽 벽에 걸린 표창장 하나를 꼭 봐달라고 했다. 지난해 함부르크 상공회의소가 준 표창장이었다. 그는 “견습생 양성 교육을 가장 잘하는 기업에 주는 상장”이라며 “지난해 최종 시험에서 98점을 받은 함부르크 최고의 견습생도 우리 회사에서 나왔다”고 자랑했다.
기업은 국가 교육시스템의 혜택을 받아 준비된 인재를 손쉽게 구하고, 그 교육시스템은 기업들의 노력으로 완성된다. 기업과 학교가 찰떡궁합을 이루는 것이다.
독일의 교육방식에 대해서는 여러 번 들은 적이 있다. 그런데도 새삼 낯설었고, 또 부러웠다.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들여 배출해 낸 대학졸업자들은 취업할 곳이 없고, 정작 중소기업은 사람을 구하지 못해 허덕이는 우리의 모습이 겹쳐져 더욱 그랬다.
김창덕 산업부 기자 drake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