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화 갈등, 총선앞 정체성 싸움 돼… 與 “좌편향 시정” 野 “친일 미화 저지” 여론은 “검정” 43.1% “국정” 42.8%
여야가 전면적인 ‘역사전쟁’에 돌입했다. 겉으로 드러난 전선은 역사교과서의 검정제도 유지냐, 국정으로의 전환이냐다. 하지만 6개월 앞으로 다가온 내년 4월 총선과 2017년 대선을 겨냥하고 있는 정치권의 셈법은 한층 복잡하다. 여권은 역사전쟁에서 야권의 아킬레스건 격인 ‘종북 논란’의 재점화를 시도하고 있다. 반면 야권은 ‘친일·독재 미화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다. 궁극적으로 상대의 정체성에 대한 시시비비를 가리자는 의도가 숨어있다. 더 나아가 총선 및 대선의 프레임 선점과 지지층 결집까지 염두에 두고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려는 ‘진지전’ 양상도 보인다.
8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촉구 결의대회’를 방불케 했다. 김무성 대표는 “대다수 역사교과서가 좌편향 성향에 물들어 학생들에게 획일적 역사관을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정화가 다양성을 파괴한다는 야권의 지적에 대한 반격이다. 당 지도부는 일제히 ‘국민통합 교과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교육부를 상대로 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장은 역사전쟁의 최전선이 됐다. 새정치민주연합 배재정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을 빗대 “아버지는 군사 쿠데타, 딸은 역사 쿠데타를 하려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당 윤관석 의원은 “(국정 교과서는) 친일 교과서이자 유신 교과서”라고 비꼬았다.
역사전쟁은 역대 정부에서도 끊이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는 ‘과거사 관련 위원회’를 잇달아 출범시켜 ‘역사 다시 쓰기’를 시도했다. 이명박 정부는 취임 첫해인 2008년 10년간 이어진 좌편향 역사교육을 바로잡겠다고 밝혀 여야 간 ‘1차 역사교과서 전선’이 형성됐다.
2일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 조사 결과 검정제 유지(43.1%)와 국정 전환(42.8%) 의견은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하지만 새누리당 지지층에서는 국정 전환을 찬성하는 의견이 66.5%, 새정치연합은 검정제 유지가 69.5%로 확연히 갈린다.
이재명 egija@donga.com·길진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