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평양 김일성광장에선 조선노동당 창건 70주년을 기념해 인민군 3만 명과 군중 시위대 100만 명이 참가하는 열병식이 열린다. 5월 시험발사했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한국 중부권까지 타격이 가능한 300mm 신형 방사포, 스텔스형 고속 침투 선박 등이 등장할 것으로 정보 당국은 예상했다. 북은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강력한 경고를 의식한 듯 장거리 로켓 발사 같은 직접적 도발 대신에 대규모 무력시위로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 세습 정권의 위용을 대내외에 과시할 태세다.
노동당 창건 70주년이라고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역사 왜곡이다. 실제로는 70년 전 1945년 10월 10일은 조선공산당 북조선 분국이 평양에 결성된 날로 봐야 한다. 소련은 1국 1당주의 원칙에 따라 박헌영이 주도한 서울의 조선공산당을 중앙으로 인정했다. 그런데도 김정은은 이번 행사를 역대 최대 규모로 치르도록 지시해 14억 달러(약 1조6200억 원), 그러니까 전 주민이 29개월간 먹을 수 있는 옥수수 약 950만 t을 살 수 있는 거금을 들인다고 한다. 경제 규모 세계 2위인 중국은 지난달 전승식에서 1만2000여 명의 병력을 동원해 215억 위안(약 3조8700억 원)을 썼다. 먹고살기도 힘든 북이 가공할 만한 돈을 퍼붓는 데 억장이 무너질 지경이다.
북한의 조선중앙TV는 김정은이 행사 기념으로 정권 수립 후 처음으로 전 주민에게 한 달 생활비의 100%에 해당하는 특별상금을 준다고 선전했다. 그러나 북은 행사 비용을 재외 공작원, 외교관들에게 할당하고 가구당 일반 노동자 월급의 2배를 걷어갔다. 이렇게 주민들을 착취하면서 핵-경제 병진 노선에 매달리는 비정상적 체제가 과연 언제까지 존속 가능할지 의문을 떨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