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훈 수석논설위원
포스코 회장 후보 면접봤다
검찰은 SD가 정준양을 포스코 CEO로 만들었다고 확신한다. SD의 대리인인 박영준이 포스코 CEO추천위원회가 열리기 20일 전 이구택을 만나 “차기는 정준양이다”라고 통보한 것을 주요 근거로 꼽고 있다. 이구택 윤석만을 비롯한 참고인 조사 결과 회장 후보들을 면접한 박영준은 심부름한 것에 불과해 굳이 조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정준양 재임 5년 동안 포스코가 늘린 계열사 41곳 중 18곳이 자본 잠식 상태에 빠졌다. 시장가격의 몇 배씩 주고 인수한 삼창기업과 성진지오텍은 권력의 입김 없이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포스코는 멍들었지만 정준양은 32억 원의 퇴직금과 50억여 원의 스톡옵션 차액을 챙겼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SD가 무능한 사람을 회장으로 만들어 포스코를 말아먹었다”고 비판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SD에 대해 “MB 정권 2인자의 권력형 비리”라며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한다는 의지가 강하다. SD에게 뇌물죄를 적용하면 3개 협력업체로부터 받은 돈이 30억 원이나 돼 구속영장 청구가 불가피하다. 관행적인 정치자금으로 보면 과거 대선자금 수사 때 그 정도 액수도 불구속 수사한 예가 있다.
대검 수뇌부는 SD가 여든의 고령인 데다 뇌물로 걸었다가 법원에서 영장이 기각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쪽이다. 반면 서울중앙지검 쪽은 “영장이 기각되면 책임지겠다”는 강경한 자세다. SD에 대해 “건강은 전성기 때나 다름없다” “14시간 조사 받은 뒤에도 조서의 토씨까지 하나하나 고쳤다”고 상세하게 브리핑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검찰 거쳐야 ‘진짜 회장’ 퇴임
2000년 민영화한 포스코의 CEO를 지낸 사람들은 하나같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임기도 채우지 못했다. 포스코 회장에서 물러나도 검찰을 거쳐야 ‘진짜 회장직 퇴임’이라는 우스개까지 있다. 7개월을 끈 검찰의 포스코 비리 수사도 끝이 보이고 있다. 포스코를 정권의 전리품처럼 여긴 SD의 사법 처리를 끝으로 ‘포스코 잔혹사’도 끝나야 한다.
최영훈 수석논설위원 tao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