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하는 용기/벤 버냉키 지음·안세민 옮김/704쪽·3만 원·까치 美연준의장 지낸 벤 버냉키,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 이야기 한국경제는 미국과 다르지만 올바른 정책선택의 교훈 얻어야
올해 5월 동아일보 초청으로 ‘동아국제금융포럼’에 특별연사로 참석한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그는 “한국 경제가 성장하려면 수출 제조업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 경제구조를 다각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동아일보DB
이 책은 그의 자서전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연준이 정책 선택을 하는 과정을 서술하고 있다. 자서전 초반에는 2007년부터 베어스턴스, 리먼브러더스, 프레디맥, 페니메이, AIG 등 대형 금융회사 부실이 확산됨에 따라 연준이 재무부, 국회와 함께 구제금융을 결정하는 과정을 상세히 설명한다.
중반에서 그는 책 제목인 ‘행동하는 용기’를 통해 금융시장을 정상화하고 경기 침체를 극복할 수 있었음을 강조한다. 버냉키는 ‘1930년대 세계 대공황이 통화량을 줄였기 때문에 발생했다’고 주장하는 밀턴 프리드먼과 의견을 같이한다. 따라서 그는 기존의 이론과는 다른 비정상적인 통화정책을 사용해 금융위기와 경기 침체를 해결하려고 했다. 헬리콥터로 하늘에서 돈을 뿌리듯 한다고 해서 붙은 ‘헬리콥터 벤’이라는 별명처럼 양적완화로 돈을 풀어 경기를 회복시키고 구제금융을 통해 금융 부실을 해소하려 했던 것이다.
자서전 후반은 앞으로 또 다른 금융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대책에 할애하고 있다. 금융회사 부실의 원인이 되는 자산 가격 버블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에 금리 정책만으로는 막을 수 없다. 새로운 파생금융상품이 범람하는 금융 환경 변화에 적합한 금융감독제도를 구축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다. 또 이런 감독 체제는 2010년 도드 프랭크 법안에 의해 개선되었으며 미국의 금융 건전성이 크게 높아질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우리가 관심을 가지는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에 대해서는 직접 언급하지 않는다. 그러나 확실한 경기회복의 신호가 있을 때 금리 인상을 시작할 것을 주문한다. 세계 대공황 직후인 1937년에도 경기가 되살아나는 것처럼 보여 긴축통화정책을 사용했다가 경기가 다시 침체되는 경우가 있었음을 상기시킨다. 그가 의장으로 재직했던 시기에도 경기회복의 확실한 신호가 있을 때까지 양적완화 축소를 연기했던 것을 강조하면서 앞으로 미국 금리 인상이 지연될 수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전 한국경제학회장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전 한국경제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