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눕기의 기술/베른트 브루너 지음·유영미 옮김/224쪽·1만4000원·현암사

‘눕기’는 게으름의 상징이 아니라 초 단위로 경쟁하며 시달리는 ‘수직적 일상’에서 벗어나 ‘수평적 삶’의 여유를 찾게 하는 매개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동아일보DB

독일 자유기고가인 저자는 과감히 반기를 든다. 인스턴트 음식에 익숙해진 탓에 좋은 요리하는 법을 잊는 것처럼 현대인이 ‘눕기의 위대함’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이 책은 눕기를 찬양한다. 인간에게 눕는다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역사, 철학, 문학, 과학 등의 분야를 넘나들며 탐구한다.
책에는 7000년 전의 침상, 수면 혁명을 일으킨 코일스프링 매트리스부터 누운 채 식사하기 위해 만든 로마인 침대, 편안한 눕기의 엉덩이와 무릎 각도는 133∼134도가 적당하다는 노동생리학자 군터 레만의 실험 결과 등 눕기와 관련된 수많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배를 깔고 누워서 씻는 스위스제 수평 샤워기 이야기까지 낄낄대며 읽다 보면 자연스레 ‘현재의 삶’에 대한 의문과 성찰도 생기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눕기, 즉 ‘수평적 삶’을 간과하고 살아온 탓에 우리의 생각, 나아가 모든 것이 ‘수직적 줄 세우기’로 경도되진 않았느냐는 생각이다.
그럼 어떻게 눕는 것이 가장 좋을까? 저자는 “마지막 비밀을 하나 더 전수하자면 눕기의 기술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냥 신체의 자세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누구나 편하게 눕는 자세를 이미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는 의미다. 필요한 것은 눕기의 기술이 아니라 눕는 자신에게 한번쯤 관대해지려는 마음이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