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노벨평화상 ‘튀니지 국민4자대화기구’] 2011년 독재자 퇴출후 극도 혼란… 2013년 4대 시민조직이 뭉쳐 내전 우려 씻고 평화적 정권교체… “튀니지 모든 국민의 영예” 환호
튀니지는 예멘 리비아 이집트 등 인접 아프리카 국가가 짧은 ‘아랍의 봄’ 이후 극심한 사회 혼란에 빠졌거나 군부독재로 회귀한 반면 민주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튀니지는 또 경제 사정이 어렵고 이따금 테러가 일어나도 시리아처럼 내전으로 치닫지 않았다.
튀니지에서 갓 피어난 민주체제를 유지하는 데 ‘후원자’ 역할을 한 단체가 올해 노벨 평화상을 받는 ‘국민4자대화기구’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아랍 국가는 아랍의 봄 이후 민주체제를 지키지 못했다. 국가를 이끌 지도자가 없을 뿐만 아니라 민주체제를 떠받치는 시민세력이 성숙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집트에서는 이슬람 세력인 무슬림형제단이 집권한 뒤 2013년 7월 군사쿠데타가 일어나 군인들이 다시 집권했다. 리비아에서는 무아마르 카다피 독재정권이 무너진 뒤 1700개의 무장조직이 난립하면서 폭력이 일상화됐고, 시리아에서는 4년 넘게 지속된 내전으로 수백만 명이 난민 신세로 전락했다.
반면 튀니지는 2011년 독재자 벤 알리가 물러난 후 극도의 혼돈 속에 빠져들자, 2013년부터 시민사회 각 분야를 대표하는 세력이 국가의 안정과 평화 발전을 공동 모색하기 위해 ‘국민 4자 대화’에 나섰다. 여기에는 노동계를 대표하는 총노동연맹(UGTT), 산업계를 대표하는 산업·무역·수공업연맹(UTICA), 시민운동 인사들의 모임인 인권연맹(LTDH), 법조계를 대변하는 변호사회(ONAT) 등 4개 조직이 가담했다.
이 조직은 헌법에 기초한 국가수립안을 거부했던 이슬람 집권당을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헌법 수용을 이끌어냈다. 이 헌법은 양성 평등과 종교 선택의 자유, 고문 금지와 재판을 받을 권리를 담고 있다.
영국 방송 BBC는 “무장세력의 할거 등으로 분란이 가시지 않는 지역에서 국민이 주도하는 대화와 타협의 기구가 민주주의에 이바지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튀니지 국민들은 벅찬 감동과 축제 분위기에 들뜬 표정이다. 에셉시 튀니지 대통령은 “노벨 평화상 수상은 종교적 이념적 불일치 상황 속에서 해결책은 ‘대화의 길’밖에 없음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유력한 평화상 수상 후보자로 올랐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대변인을 통해 “튀니지 국민4자대화기구 노벨 평화상 수상 선정은 훌륭한 결정”이라고 축하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