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호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하지만 최근 이를 잇는 후보가 잘 보이지 않는다. 21세기 들어 역대 정부는 신성장동력을 찾는 데 수십조 원을 투자했지만 세기 초와 비교할 때 현재 한국의 주력 수출 상품군에는 거의 변화가 없다.
이는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선진국들도 각자 신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근래에 주목할 만한 것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반 산업뿐이다. 이마저도 정부가 주도한 것이 아니라 민간에서 나온 것이다. 즉, 기술과 시장의 불확실성이 증대된 현재 정부가 주도하는 투입 위주의 성장동력 찾기에는 한계가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정부 역할도 주도자에서 조정자로 전환돼야 한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매년 발표하는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매년 20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과학기술경쟁력은 국가 순위보다 항상 상위에 있는 반면 정부 규제 관련 순위는 거의 100위권인 점이다. 정부의 불합리한 규제가 국가경쟁력 저하와 성장동력 창출 실패의 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기업의 혁신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기술규제다. 기술규제란 기업의 혁신활동에 의무나 요건을 부여하는 정부의 기술 관련 제도를 의미한다. 기술규제는 어려운 전문용어나 숫자가 포함된 경우가 많아 그동안 규제개혁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하지만 기술규제는 기업의 제품 생산이나 서비스 출시에 직접적 영향을 주고 중장기적으로 국가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공학한림원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모바일 헬스케어, 스마트카, 에너지저장시스템(ESS) 등 새로운 성장동력 후보들이 기존 기술규제에 막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예컨대 의료정보의 유통은 저장매체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유무선통신에 의한 활용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또 스마트카가 도로 위에 다니려면 사용하는 무선주파수 확보와 더불어 현행 보험, 부품표준, 관할 부처 문제 등이 함께 변화해야 한다.
규제개혁 이행 여부를 점검해 규제 담당자 업무평가와 연계해야 한다. 그래야만 관료가 책임감을 갖고 신속하게 규제개혁을 추진할 수 있다. 기업의 기술규제에 대한 인식 강화도 필요하다. 신생 벤처나 중소기업은 기술 개발에만 매진하다 규제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뒤늦게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광호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