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준PO 2차전 8회초 넥센 서건창과 두산 오재원(왼쪽 끝) 사이에 언쟁이 붙었다. 4월 두산전에서 큰 부상을 당했던 서건창이 오재원의 수비방식을 지적하다 벤치 클리어링으로 확대됐다. 잠실|김종원 기자 won@donga.com
가벼운 ‘해프닝’이었지만 선수 본인에게는 악몽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넥센-두산의 준플레이오프(준PO) 2차전이 펼쳐진 11일 잠실구장. 넥센이 2-3으로 뒤진 가운데 8회초 비로 중단됐던 경기가 33분 만에 재개됐다. 두산 2번째 투수 노경은이 8회 선두타자 박동원에게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을 허용했다. 이어 마운드에 오른 왼손 투수 함덕주는 고종욱에게 내야안타를 맞고 무사 1·2루 위기에 몰렸다.
타석에 선 서건창은 보내기번트 자세를 취했다. 초구는 번트 파울, 2구는 볼이었다. 방망이를 짧게 붙들고 3구째 공을 기다린 서건창은 완벽한 희생번트를 만들었다. 3루수 허경민은 선행주자를 포기한 채 타자주자를 잡기 위해 1루 백업에 들어간 2루수 오재원에게 공을 던졌다. 그러나 정확하게 송구되지 못 하면서 1루 오른쪽으로 치우쳤다. 오재원이 양발을 벌려 아웃카운트를 잡았지만, 서건창의 길목을 막아선 모양새였다.
서건창에게는 아픈 기억이 있다. 4월 9일 잠실 두산전 9회초 무사 1루서 1루 땅볼을 친 뒤 병살을 막기 위해 1루로 전력 질주했다. 그러나 2루 송구 후 뒤늦게 1루로 돌아온 고영민과 부딪히며 그라운드에 나뒹굴었다. 다음날 검진 결과 오른 무릎 후방십자인대를 크게 다친 것으로 드러나 전반기 출전이 불투명해졌다. 예상보다 빨리 복귀했지만, 적응에 애를 먹으면서 아쉬운 시즌을 보내야 했다. 그리고 이날 서건창은 비에 젖은 그라운드에서 오재원의 진로 방해로 악몽 같은 그날을 떠올려야 했다.
잠실 | 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