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지던츠컵 폐막]한국골프 자존심 세운 배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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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타기 응원 2015 프레지던츠컵 마지막 날인 11일 싱글 매치 플레이가 벌어진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골프클럽 18번홀에서 갤러리들이 마지막 조의 배상문이 샷을 하기 전 “대∼한민국”을 연호하며 파도타기 응원을 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는 호주에서 온 ‘퍼내틱스’ 응원단 20여 명 등 외국 갤러리도 많이 눈에 띄었다. 미국팀 선수들은 “미국팀과 인터내셔널팀을 똑같이 응원해 준 한국 갤러리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인천=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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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11일 인천 잭니클라우스골프클럽에서 끝난 프레지던츠컵에서 배상문은 전 세계 골프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국내 팬들의 따갑던 시선도 뜨거운 성원으로 변했다.
배상문은 프레지던츠컵 데뷔 무대였던 이번 대회에서 뉴질랜드 교포 대니 리, 마쓰야마 히데키(일본)와 번갈아 짝을 이루며 2승 1무 1패로 승점 2.5점을 따냈다. 이로써 배상문은 이번 대회에 처음 출전한 양 팀 선수 10명 가운데 미국팀의 J B 홈스와 함께 최고 승점을 올린 ‘새내기’가 됐다. 이번 대회에서 5승을 거둔 브랜든 그레이스(남아공)는 첫 출전이던 2013년 대회 때 4전 전패를 했었다. 경험이 적은 프레지던츠컵 신인이 1승을 거두기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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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개막 전까지만 해도 선수들의 세계 랭킹 등 전력에서 인터내셔널팀은 미국팀에 절대 열세였다. 그럼에도 인터내셔널팀이 이 대회 역대 최소 점수 차 패배 기록과 타이인 승점 1점 차까지 따라붙을 수 있었던 데는 배상문의 역할이 컸다. 이번 대회 골프장에서 열린 신한동해오픈에서 두 차례 우승했던 배상문은 동료들에게 코스 정보를 자세히 전달했고, 특유의 친화력으로 외국 선수들의 적응도 도왔다. 이날 마지막 ‘주자’로 지목받은 것도 배상문의 해결사 능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었다. 프라이스 단장은 “배상문 때문에 진 건 아니다. 그가 잘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모든 압박을 짊어졌던 배상문이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을 했을 텐데 상처받지 말고 앞으로 긍정적인 방향으로 더욱 강한 선수가 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대회 관계자는 “구름 갤러리를 몰고 다닌 배상문이 없었다면 자칫 남의 잔치가 될 뻔했다”고 말했다.
기자회견 내내 충혈된 눈으로 굳은 표정을 지은 배상문은 “마지막이 너무 아쉽다. 내 실수에도 화가 나지만 팀이 진 게 억울하다. 앞으로 2년 후가 될지, 4년 후가 될지 모르지만 다시 출전해 미국팀을 꼭 이기고 싶다”고 말했다. 입대 날짜를 기다리게 된 그는 “국민들의 큰 응원을 받아 행복했다. 좋은 모습으로 돌아오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싱글 매치 12경기에서 5승 2무 5패를 기록한 미국팀은 2005년 이후 6회 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하스와 함께 더스틴 존슨, 필 미컬슨, 크리스 커크, 잭 존슨이 승점을 보탰다. 자신의 아들 빌을 추천 선수로 뽑아 구설에 올랐던 미국팀의 제이 하스 단장은 아들이 끝내기 승리를 거둔 뒤 울먹거리며 감격했다.
역대 전적에서 미국팀은 9승 1무 1패로 압도적 우위를 지켰다. 차기 프레지던츠컵은 2017년 미국 뉴저지 주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