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열병식 이후]김정은, 25분 연설 내내 단상 짚어 일각 “비만으로 척추질환 생긴 듯”… 쉰 목소리에 연설문 잘못 읽기도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열병식 단상에 모습을 드러낸 김정은 제1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당 부부장. 조선중앙TV 화면 캡처
김정은의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열병식 연설을 본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175cm가량의 키에 비해 130kg이나 되는 과체중 탓에 허리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군중 앞에서 처음 연설했던 2012년보다 체중이 확연히 불어난 김정은은 이번 열병식에서 연설하는 25분간 계속 단상에 두 팔을 올린 채 엉덩이를 뒤로 뺀 모습이었다. 김정은은 오른손으로 거수경례를 할 때 왼손으로 단상을 짚기도 했다.
3년 전인 2012년 4월 할아버지 김일성 생일 기념 열병식 때 단조로운 톤이었던 것과는 달리 10일 연설에는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하지만 고개를 숙인 채 연설문을 읽다 보니 정면이나 군중을 응시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목소리는 쉬어 있었고, 빨리 읽다 보니 “강성 대국”이라고 읽었다가 멈칫한 뒤 “강국 건설”이라고 고쳐 읽는 등 말이 꼬이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정부 당국자는 “이번 열병식에서 주목해야 할 다른 포인트는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이라고 말했다.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 직함을 가진 김여정은 이번 행사 준비를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김여정이 북한 2인자라는 분석도 있다.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하듯 김여정은 김정은이 연설하는 도중에도 단상 뒤에서 자유롭게 움직였다. 김정은 뒤에 서 있던 군인은 김여정이 지나가자 두세 걸음 물러나 황급히 비켜 주기도 했다. 북한의 실력자로 알려진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마저 김정은 연설 내내 꼿꼿이 서 있는 자세를 유지한 것과 대조된다. 전문가들은 “김여정의 위상이 높다는 걸 보여 주는 상징적 장면”이라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김여정이 김정은의 일거수일투족 의전과 동선을 직접 확인하면서 지휘하는 실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완준 zeitung@donga.com·황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