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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이진녕]정치판 물갈이

입력 | 2015-10-12 03:00:00


그동안 몇 번 프로골프 경기를 직접 구경한 적이 있지만 인천에서 열린 프레지던츠컵 대회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개인전이 아닌 세계 최강인 미국팀과 세계연합팀(유럽 제외) 간 대항전이라 축제 분위기였고, 홀마다 승부가 갈려 박진감도 넘쳤다. 부지런을 떨지 않으면 인간 장벽에 가려 경기를 보기 힘들 정도로 갤러리도 엄청났다. 특히 세계 랭킹 1, 2위인 조던 스피스와 제이슨 데이, 그리고 개최국 멤버로 ‘전략’ 투입된 배상문은 구름 같은 갤러리를 몰고 다녔다. 흥행 대박의 일등 공신들이다.

▷흥행은 사람의 관심을 사로잡는 일이다. 선거도 흥행에 성공해야 승리할 수 있다. 흥행에 성공하려면 다양한 수단을 잘 포착해야 한다. 1996년 총선 때 신한국당은 이회창 김무성 정의화 황우여 홍준표 김문수 이재오 같은 각계의 스타급 인사를 대거 영입했다. 2002년 대선 때 새천년민주당은 후보 공천에 국민참여경선을 처음 도입했다. 2012년 총선 때 한나라당은 당명과 노선까지 바꾸는 변신을 꾀했다. 방법은 달랐지만 모두 흥행에 성공했고, 선거에서도 이겼다.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 내년 4월 총선에서 자신의 지역구 현역 의원이 교체되기를 바라는 국민이 47%로 나타났다. 재선을 바라는 응답(24%)의 두 배나 된다. 의원 개인이나 소속 정당, 19대 국회의 행태에 대한 실망과 불만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일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처럼 현역 의원 교체가 심한 나라도 드물다. 초선 의원 당선 비율이 17대 총선 62.5%, 18대 45.8%, 19대 49.7%였다.

▷총선 때마다 절반 가까운 의원이 교체되는데도 정치판은 그대로다. 불가사의한 일이다. 그러니 국민의 물갈이 욕구는 더욱 하늘을 찌른다. 지금 여야에서 벌어지고 있는 공천권 갈등은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내부의 밥그릇 다툼이라 실망스럽다. 물갈이는 얼마만큼 되느냐의 양(量)보다 어떻게 되느냐는 질(質)이 더 중요하다. 그렇다고 물갈이만 국민의 관심을 끌 흥행 수단인 것처럼 착각하지 마시라. 국민의 희망사항 1위는 좋은 정치다.

이진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