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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먼로 작품 판매량, 수상 전보다 1261배나 폭증

입력 | 2015-10-12 03:00:00

국내 출판계 노벨문학상 특수는… 문학동네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출간 당일 저자 수상 소식에 ‘완판’ 누적 판매량선 오르한 파무크 1위
사랑-가족 등 보편적 주제 많이 팔려




벨라루스의 저널리스트 출신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67)가 8일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되면서 주말 내내 서점에서 그의 주요 작품들이 주목을 받았다. 인터넷 서점 예스24에 따르면 ‘체르노빌의 목소리’는 수상 발표 이후부터 11일 오전까지 판매량이 수상 전 1개월간 팔린 양보다 7배가량 늘었다.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는 1쇄 2000부가 11일 모두 소진됐다.

○ 노벨 문학상 특수는?

문학시장이 쇠퇴하면서 노벨 문학상 수상 후 해당 작가의 작품 판매가 증가하는 ‘노벨문학상 효과’가 예전만 못하다는 한숨이 출판계에서 나온다. 하지만 ‘노벨 특수’는 여전히 유효했다.

동아일보가 교보문고와 2010년 이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의 주요 작품들의 판매량을 수상을 기점으로 1년 전후로 비교해보니 판매 증가가 두드러졌다. 수상 이전 판매량 자체가 많지는 않았지만 2013년 수상자인 캐나다 앨리스 먼로 작품들의 판매량은 1261배나 증가했다. 2011년 수상자 스웨덴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는 268배, 2014년 프랑스 파트리크 모디아노는 65배가 늘었다.

문학동네는 8일 대표작 ‘전쟁…’을 출간해 출판계에서는 “문학동네가 연타석 홈런을 쳤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모디아노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을 당시에도 그의 작품을 국내에 가장 많이 내놓은 출판사가 문학동네였다.

○ 한국인이 사랑한 노벨 문학상 작가는?

노벨문학상 효과는 수상자에 따라 지속 정도가 달라진다. 수상 이후 대표작 외에 다른 작품까지 찾는 독자가 늘면서 인기가 이어지는 작가가 있는 반면 일부는 ‘반짝 인기’에 그치기도 한다.

동아일보가 예스24와 2000∼2014년 수상자 주요 작품들의 누적판매량을 조사한 결과 2006년 수상자인 터키 소설가 오르한 파무크가 1위(8만4891부)를 차지했다. 이어 모디아노(2014년·5만7070부), 영국 소설가 도리스 레싱(2007년·1만9170부)의 순이었다. 예스24의 시장 점유율은 전체의 15∼20%로 추산된다.

노벨 문학상 수상 후 국내 독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으려면 몇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우선 국내에 어느 정도 알려진 작가여야 한다. 파무크의 ‘내 이름은 빨강’은 수상 이전부터 한국 독자에게 어느 정도 호응을 얻던 작품이다.

내용과 제목도 중요하다. 사랑, 가족 등 보편적 주제가 좋다. 문학동네 이현자 부장은 “지나치게 어렵거나 정치적 색깔이 강하면 국내 독자들이 꺼린다”고 했다. 2004년 수상자인 오스트리아 엘프리데 옐리네크의 ‘피아노 치는 여자’가 대표적인 사례다. 제목이 쉬운 데다 내용 역시 딸에게 집착하는 엄마를 다뤘다. 반면 마리오 바르가스요사의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는 페루 군부를 비꼬는 블랙유머식 소설이라 ‘읽어도 와 닿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역별로 보면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북미-유럽-남미-아프리카 작가 순으로 노벨 문학상 특수에 영향을 미쳐온 것으로 분석된다. 민음사 손미선 해외문학팀장은 “독자 입장에서 동유럽 시인이나 아프리카 소설가는 멀게 느껴져 노벨상을 타도 선뜻 책을 사기 쉽지 않다”며 “무라키미 하루키가 타야 폭발력이 가장 클 것”이라고 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