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교과서 제대로 만들자]<1>집필진 독립성이 관건
특히 국정 교과서 체제에 대한 학계 반발이 만만치 않은 점을 감안하면 학문적으로 인정받으면서 중립성도 갖춘 집필진 확보는 더욱 절실해졌다. 이에 따라 국정화를 계기로 독립적이고 지속 가능한 역사 교과서 편찬 기구를 만들어 장기적으로 신뢰받는 역사 교과서를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 “독립적 집필위 구성해야”
2013년 고교 한국사 교과서의 오류 논란이 있을 때도 독립 기구를 만들자는 제안들이 나왔다. 집필진 선정과 집필 기준 마련에서부터 검정(검정제의 경우) 또는 집필(국정제의 경우)에 이르는 전 과정을 책임지는 독립 기구를 만들어야 소모적인 논란을 막을 수 있다는 취지였다.
지난해 1월 교육부가 자체적으로 편수 조직을 강화한다고 밝히자 야권에서는 이에 반대하며 독립된 검정 기구를 만들라는 요구를 내놓기도 했다. 당시 안철수 의원의 신당 창당 준비기구인 새정치추진위원회는 “국사편찬위원회를 대신해 정권 교체나 좌우 진영으로부터 자유롭게 독립 기구화한 검정 위원회를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 국정일수록 필요한 독립 기구
검정 체제하에서도 제기됐던 독립 기구의 필요성은 국정 체제에서 한층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부와 국사편찬위원회는 당장 다음 달부터 집필진을 구성한다고 했으나, 정부가 원하는 우수한 전문가가 국정 교과서 제작에 발 벗고 나설지는 미지수다. 지금은 국정 교과서의 집필진으로 이름을 올리는 것 자체가 논란의 한복판으로 뛰어드는 격이기 때문이다. 중립적인 인사라 하더라도 자칫 ‘친정부적’인 행보로 비치는 것에 부담을 느낄 수도 있다.
연민수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국가와 민족을 생각하면서 국제화 시대에 걸맞은 인재를 길러 낼 고민을 하는 전문가들이 독립 기구에서 교과서를 만들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국편 인력 강화도 대안
새로운 독립 기구를 만들지 않고 현재 국편 내에 관련 기능을 강화해 독립성을 높이자는 의견도 있다.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맨큐의 경제학’이 권위 있는 교과서로 인정받는 이유는 시간이 흐르면서 수많은 개정판을 내기 때문”이라며 “국편 내부에서 정권과 정치적 영향을 받지 않는 인력을 확보해 일부 세력에 의해 좌지우지되지 않는 교과서를 만들고 또 꾸준히 고쳐 가야 좋은 교과서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국편은 학계에서도 인정받는 우수한 전문가를 집필진에 포함시키기 위해 교과서 집필을 논문에 준하는 연구 업적에 포함시킬 수 있는 방안 등 다양한 인센티브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유덕영 firedy@donga.com·임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