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사편찬위-교육부 ‘국정 교과서 제작 로드맵’
국정 역사 교과서 집필 과정에서 국내 교과서 제작 사상 처음으로 ‘온라인 사전공개 및 검증’이 도입된다.
이르면 11월 말부터 국정 교과서 제작에 본격적으로 돌입하게 될 교육부는 내년 10∼11월 역사 교과서 심의본이 완성되면 전체를 전자문서(PDF) 형태로 온라인에 공개해 모든 국민이 볼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가칭 ‘웹(Web) 전시’라고 이름 붙인 이 과정을 통해 교과서의 오류나 편향 서술에 대해 의견 수렴 및 수정 과정을 거치겠다는 뜻이다. 이는 교과서가 제작에 들어가기도 전에 ‘친정부 편향’, ‘친일 독재 미화’ 우려가 커지자 교육부가 전 국민에게 ‘공개 검증’을 받겠다는 배수진을 친 것. 김연석 교육부 역사교육팀장은 “우리나라에서 교과서를 집필하는 동안 이런 검증을 거친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며 “소수 전문가나 단체의 검증만 거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국민과 언론의 검증을 거친 역사 교과서가 나오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편찬을 총지휘할 국사편찬위원회의 김정배 위원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에게 교과서 집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라고 12일 말했다.
교육부는 12일부터 내달 2일까지 행정예고 기간 동안 각계의 찬반 의견을 수렴해 내달 5일 중고교 교과용도서 국정·검인정 구분고시를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이는 법적으로 거쳐야 하는 형식 기간일 뿐이기 때문에 교육부가 여론 수렴 과정에서 국정계획을 뒤집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교육부는 편찬심의위원도 되도록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교육부는 역사연구기관장, 역사학계 원로, 교사, 헌법학자, 정치학자, 경제학자, 학부모, 시민단체 인사를 예로 들며 “공정성과 균형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이 과정을 거치면 실제 교과서 집필은 빨라도 11월 말이나 12월 초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교육부는 내년 11월 말까지 약 1년의 집필 기간을 보장할 계획이다. 하지만 교육부의 이런 계획이 순항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 진보단체들은 내달 5일 교육부의 확정고시 날짜에 맞춰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나 헌법 소송을 제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