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직 진출을 희망하는 여성을 가로막는 장벽을 뜻하는 ‘유리천장’에서 차용한 ‘대나무 천장’이란 신조어가 있다. 한인 이민가정 출신 제인 현의 책 ‘대나무 천장 부수기’(2005년)에서 나온 말로, 아시아계 미국인이 회사생활과 승진에서 차별을 겪는 것을 빗댄 표현이다. 미국 내 64개 아시아계 권익단체가 교육부에 아이비리그의 입학 차별 문제를 제기한 항의서한을 보낸 것을 계기로 ‘대나무 천장’이 새삼 화제가 됐다.
▷전교 차석에 만점 가까운 수능 성적을 기록한 중국계 학생 마이클 왕은 올해 아이비리그 대학 6곳에 지원했다 퇴짜를 맞았다. 자기보다 못한 조건에도 합격한 친구들을 보면서 대학 측에 불합격 이유를 물었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 비슷한 사례가 수두룩하다. 아시아계 이민자는 ‘교육은 성공의 보증수표’란 믿음으로 자식 농사에 집중한다. 전 인구 중 아시아계는 약 5%에 불과해도 하버드대 18%, 스탠퍼드대 24% 등 명문대의 학생 비율은 훨씬 높다. 한데 암암리에 이뤄지는 아시아계 입학 제한 탓에 대입 단계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