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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IT 업계는 ‘배달 전쟁’ 중

입력 | 2015-10-16 12:00:00

[주간동아 1008호/IT]

알리바바, 구글 특화 서비스로 아마존 아성에 도전…화물운송 치중 한국은 걸음마 단계




글로벌 정보기술(IT) 업계에서 배달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이나 중국 대형 전자상거래 그룹 알리바바, 오프라인 유통업체 월마트뿐 아니라 구글, 우버 등 대형 IT업체들도 전쟁터에 속속 진입했다. 자체 물류센터를 짓는 데 수천만 달러를 투자하고 무료 배송, 익일 배송, 드론 배송, 일반인 배송 등 독특한 서비스를 연이어 선보이고 있다.

온라인 전자상거래가 일상화하면서 물류의 중요성은 더 커졌다. 지난해 미국 전자상거래시장 규모는 3049억 달러(약 339조 원)로 전년보다 15.4% 성장했다.

미국 전자상거래 업계의 경우 아마존을 포함한 온라인 전자상거래업체들과 오프라인 대형 체인점들이 차별화된 물류서비스를 내세우며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당일 배송이 당연한 얘기지만, 미국은 땅이 넓어 서비스 초창기에는 배달에 일주일 넘는 시간이 걸렸다. 아마존이 전자상거래 업계 1위로 등극할 수 있었던 이유 가운데 하나도 ‘빠른 배송’ 서비스 덕이었다. 아마존은 2012년 무인자동화 로봇 생산업체 키바시스템스를 인수하는 등 관련 기술력을 직접 확보함으로써 물류서비스를 혁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마존은 연회비 99달러를 내는 유료회원을 상대로 ‘프라임 나우’라는 당일 배송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로스앤젤레스, 애틀랜타 등 14개 대도시에서는 정오까지 제품을 주문하면 당일 오후 9시까지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재 60여 개 자체 물류센터를 가동 중이며, 해마다 10개 안팎의 물류센터를 새로 짓고 있다. 최근 시애틀에서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프라임 나우’에서 주문한 제품을 1~2시간 내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맥주와 와인 같은 주류도 1~2시간 안에 배송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배송서비스에는 수수료가 없지만 35달러 미만 제품은 따로 배송비를 내야 한다.

아마존 잡아라

오프라인 유통업체도 이에 대항해 여러 서비스를 추가했다. 미국 최대 오프라인 유통업체 월마트는 온라인 사업을 확장하고자 연내 회원들을 상대로 제품을 무료로 배송해주는 ‘타호(Tahoe)’ 멤버십 서비스를 시작한다. 연회비는 50달러로 아마존의 절반 수준이며, 제품은 사흘 내 무료 배송된다. 월마트는 온라인 사업을 위해 지난해 모바일 쇼핑앱업체 ‘스타일러(Stylr)’ 등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을 10곳 이상 인수했다.

구글, 우버 등 관련 IT기업들도 ‘아마존 프라임’에 대항해 오프라인 유통업체와 손잡고 연이어 배송 전쟁에 뛰어들고 있다. 구글은 ‘구글익스프레스’라는 이름의 배송사업을 벌이고 있다. 반스앤드노블, 콜스, 펫스마트, 월그린 등에서 가공식품을 포함한 상품을 사면 배달해주는 서비스다. 연내 홀푸드, 코스트코와 손잡고 신선식품 배송서비스도 시작할 계획이다.

차량공유서비스업체 우버도 특수 쇼핑 시즌이나 거대 행사가 있으면 ‘배송서비스’를 선보인다. 일종의 퀵서비스인 셈이다. 우버는 올가을 미국 대형 유통업체, 패션 브랜드들과 협력해 우버 배송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땅덩어리가 넓고 일부 도시지역 외엔 유통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중국에서도 전자상거래 업계 간 치열한 전투가 펼쳐지고 있다. 온라인 전자상거래가 활성화하면서 택배기사가 여러 전자상거래업체의 일을 번갈아 수행해도 손이 부족하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중국 전자상거래시장 규모는 4400억 달러(약 512조280억 원)에 달하지만 매출 대부분이 도심지역에 집중돼 있다. 최근 업계 1, 2위 대형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와 JD닷컴(JD.com)은 시골지역 유통망을 공략하고자 팔을 걷어붙였다. 도심지역에서의 신규 가입자보다 인구 6억 명이 넘는 시골지역의 잠재력이 더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 연구기관 인터넷네트워크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외곽지역에서 7700만 명이 온라인으로 제품을 구매해 연간성장률 41%를 기록한 데 비해, 같은 기간 도심지역의 매출액 성장률은 17%에 그쳤다.

구글, 우버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오프라인 유통 업계와 손잡고 배송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2013년 중국 전 지역에서 24시간 배송을 할 수 있도록 향후 5~8년간 160억 달러(약 18조6000억 원)를 투자해 스마트 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물류 자회사인 차이니아오(Cainiao)를 활용해 최근 대형 식료품 유통센터를 세워 익일 배송서비스를 중국 남서지역으로까지 확대했다. 이 회사는 연내 전체 배달 가능 지역을 중국 250개 도시로 넓히고, 익일 배송 가능 지역도 34개 도시에서 50개로 늘릴 계획이다. 3시간 내 헬스케어 제품을 배달하는 특급 배송서비스 ‘지수두(Ji Su Du)’도 5개 대도시에서 14개로 늘린다.

JD닷컴은 각 지역에 창고시설 116여 곳, 배송 스테이션 1000여 곳 등 자체 유통망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시골 마을에 일명 ‘브랜드 프로모터(Brand promoters)’를 고용해 마을 간 원격 배송서비스를 제공한다. 누구나 배달할 수 있는 주문형 배달서비스도 시행 중이다.

두 업체는 10년 내 중국 10만여 마을에 물류 인프라를 구축할 예정이다. 알리바바는 3~5년간 100억 위안(약 1조8000억 원)을 투자해 시골지역 1000여 곳에 유통센터를 세우고 마을에 제품을 배달할 창구를 마련할 계획이다. 제품이 도착했다고 알려주면 고객이 찾아가거나 제3의 회사가 배달하는 식으로 서비스된다.

한국 물류서비스는 걸음마 단계

물류서비스에 공을 들이는 건 비단 해외 전자상거래업체만이 아니다. 국내에서도 ‘스마트 물류’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배송서비스는 전자상거래 업계와 물류 업계의 화두다. 신세계 등 대기업도 물류업체를 인수하고자 발 벗고 나섰다.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에 물류 운영 환경을 더하거나, 전통 물류 시스템에 ICT를 활용하는 스타트업도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국내 물류 경쟁력지수는 155개국 가운데 20위권 바깥이다. 국내 물류시장은 총 90조 원 규모 중 76조 원이 화물운송 분야에 쏠려 있고 물류 시설 운영, 서비스 등에선 15% 매출밖에 내지 못한다. 전자상거래업체들이 인프라를 구축하려고 하지만 더딘 상황이다. 전자상거래 업계 관계자는 “물류에서 새로운 ‘블루오션’이 펼쳐질 것”이라며 “이미 활성화한 인터넷 배송서비스에 IT를 결합, 발전시켜 고부가가치 시장을 만들어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주연 전자신문 기자 pillar@etnews.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2015.10.14.~10.20|1008호 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