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 국정화] [역사 교과서 제대로 만들자]<2>‘갈등의 핵’ 근현대사
野, 국정화 반대 거리서명… 보수단체 회원과 삿대질 문재인 대표(왼쪽에서 네 번째)와 이종걸 원내대표(왼쪽에서 두 번째) 등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13일 서울 여의도역에서 ‘친일 독재 미화 국정 교과서 반대 대국민 서명 운동’에 나섰다. 같은 곳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이 맞불 집회를 열고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그 때문에 학생들에게 올바른 역사를 가르치기 위해서는 근현대에 일어난 사건들을 교과서에 어떻게 기술하고, 실제 수업에서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의 문제가 가장 먼저 정리돼야 한다는 것이 학교 현장 교사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교육부가 고교 한국사 교과서 집필진에 내린 수정명령 사례를 살펴보면 교과서 집필진과 정부가 해석을 두고 대립한 부분을 확인할 수 있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2013년 8종 교과서 모두 남북 분단의 원인이 일부, 혹은 전부 남한에 있다는 취지로 기술했다. 반면 교육부는 “남한 정부 수립 이전에 북한에 이미 실질적으로 김일성 정권이 수립됐다”며 이를 반박하고 수정을 명했다. 남북 분단의 원인을 둘러싸고 교육부와 집필진의 해석이 달랐던 것. 현재 북한의 인권 상황을 어떻게 쓸 것인지를 둘러싼 갈등도 있었다. 8종 중 3종 교과서는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를 다루지 않았고, 교육부는 공개 처형, 정치범수용소 등의 실상을 교과서에 서술하라고 명령했다.
북한과 무관한 역사적 쟁점도 있다. 특히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집필진과 교육부의 갈등이 큰 부분이다. 새마을운동의 경우도 두산출판사는 부정적으로 평가했으나 교육부는 긍정적인 측면을 함께 다루라고 명령했다.
○ 해석은 줄이고, 수업 토론은 풍성하게
국정 교과서 집필을 진두지휘할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도 이와 비슷한 입장이다. 김 위원장은 13일 본보 인터뷰에서 “지금의 역사교과서는 현 대통령과 정권은 국정지표 정도를 소개하고, 이전 정부의 사건이나 주요 내용은 대부분 기술하고 있다”며 “논란을 줄이기 위해서는 앞으로 한 세대 전후로 기준을 정해 끊는 것이 좋겠다”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역사적 사건이 벌어진 지 ‘최소 30년 정도’는 지난 뒤에 기술해야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교과서에서 근현대사 비중을 지금보다는 어느 정도 줄일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이번에 제작될 국정 교과서에서도 학계의 의견 대립이 심하거나 보수, 진보 편향 논란이 일 수 있는 복잡한 부분은 상당 부분 비중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12일 교육부 기자회견에서도 “중고교 학생이 배우는 역사는 국민 된 도리에서 갖춰야 할 지식 선에서 끝나면 된다”며 “이념 문제가 지나치게 논란이 되는 주제는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자유롭게 배우고 논문으로 공부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국정 교과서의 기본 틀은 ‘다양하고 풍부한 역사’가 아니라 ‘국민이 알아야 할 필요 최소한의 역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교과서가 이렇게 바뀔 경우 일선 교사들은 토론 수업과 다양한 교수학습 방법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가령, 대한민국 건국 과정이나 군사독재에 관한 주제를 가르칠 때, 교과서에는 주요 사건의 객관적 사실만 간략히 기술해 편향 논란을 피하고, 그 대신 교사가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부교재와 역사 서적, 인터넷 자료, 수업시간의 토론을 통해 풍성한 내용을 가르치자는 의견이다. 서울지역 한 사립고 역사교사는 “교과서를 두고 사회적으로 이같이 소모적인 논쟁이 계속된다면 차라리 교과서에서 근현대사는 간단히 기술하고, 교사와 학생의 토론이나 다양한 서적 등 부교재를 통해 부족한 내용을 가르치는 방법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이은택 nabi@donga.com·김희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