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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현대사 비중 줄이고 사실 위주로… 편향 악순환 끊어야”

입력 | 2015-10-14 03:00:00

[역사교과서 국정화]
[역사 교과서 제대로 만들자]<2>‘갈등의 핵’ 근현대사




野, 국정화 반대 거리서명… 보수단체 회원과 삿대질 문재인 대표(왼쪽에서 네 번째)와 이종걸 원내대표(왼쪽에서 두 번째) 등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13일 서울 여의도역에서 ‘친일 독재 미화 국정 교과서 반대 대국민 서명 운동’에 나섰다. 같은 곳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이 맞불 집회를 열고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역사교과서 갈등의 초점은 약 150년 전(조선 말기)부터 최근까지의 ‘근현대사’를 어떻게 가르칠까 하는 문제다. 그 이전의 중세사, 고대사도 여러 가지 해석이 갈렸으나 이미 1970년대 학계에서 어느 정도 논란이 정리돼 현재는 큰 이견이 없는 상태다. 하지만 조선 말기, 일제강점기, 6·25전쟁, 군부독재와 민주화 등 근현대사의 사건들은 아직도 해석이 첨예하게 갈리고 논란도 현재진행형이다. 관련된 인물들이 현재 생존해 있거나, 그 후손들이 한국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점도 갈등의 배경이다.

그 때문에 학생들에게 올바른 역사를 가르치기 위해서는 근현대에 일어난 사건들을 교과서에 어떻게 기술하고, 실제 수업에서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의 문제가 가장 먼저 정리돼야 한다는 것이 학교 현장 교사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 대립 첨예한 사건들… 무엇이 쟁점인가

근현대사가 우리 역사에서 차지하는 기간은 짧지만 현재 교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 않다. 대학수학능력시험 한국사 과목에서 근현대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총 20문항 중 13, 14문항 정도로 절반을 넘는다. 과도하다는 지적이 있어 교육부는 이를 앞으로 줄여 나갈 계획이지만 근현대사가 우리 역사에서 차지하는 중요성 때문에 무한정 줄일 수는 없는 상황이다. 광복, 정부 수립, 군사독재, 산업화, 민주화가 짧은 기간 압축해서 벌어졌기 때문에 이를 가르치지 않고서는 현재의 대한민국을 학생들에게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

교육부가 고교 한국사 교과서 집필진에 내린 수정명령 사례를 살펴보면 교과서 집필진과 정부가 해석을 두고 대립한 부분을 확인할 수 있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2013년 8종 교과서 모두 남북 분단의 원인이 일부, 혹은 전부 남한에 있다는 취지로 기술했다. 반면 교육부는 “남한 정부 수립 이전에 북한에 이미 실질적으로 김일성 정권이 수립됐다”며 이를 반박하고 수정을 명했다. 남북 분단의 원인을 둘러싸고 교육부와 집필진의 해석이 달랐던 것. 현재 북한의 인권 상황을 어떻게 쓸 것인지를 둘러싼 갈등도 있었다. 8종 중 3종 교과서는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를 다루지 않았고, 교육부는 공개 처형, 정치범수용소 등의 실상을 교과서에 서술하라고 명령했다.

북한과 무관한 역사적 쟁점도 있다. 특히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집필진과 교육부의 갈등이 큰 부분이다. 새마을운동의 경우도 두산출판사는 부정적으로 평가했으나 교육부는 긍정적인 측면을 함께 다루라고 명령했다.

○ 해석은 줄이고, 수업 토론은 풍성하게

이 같은 쟁점은 여전히 학계에서도 학설 다툼이 진행 중이고 평가도 엇갈리기 때문에 ‘일도양단’ 식으로 정리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거론되는 것이 ‘역사적 평가가 진행 중인 사안은 되도록 사실만 간략히 기술하자’는 의견이다.

국정 교과서 집필을 진두지휘할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도 이와 비슷한 입장이다. 김 위원장은 13일 본보 인터뷰에서 “지금의 역사교과서는 현 대통령과 정권은 국정지표 정도를 소개하고, 이전 정부의 사건이나 주요 내용은 대부분 기술하고 있다”며 “논란을 줄이기 위해서는 앞으로 한 세대 전후로 기준을 정해 끊는 것이 좋겠다”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역사적 사건이 벌어진 지 ‘최소 30년 정도’는 지난 뒤에 기술해야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교과서에서 근현대사 비중을 지금보다는 어느 정도 줄일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이번에 제작될 국정 교과서에서도 학계의 의견 대립이 심하거나 보수, 진보 편향 논란이 일 수 있는 복잡한 부분은 상당 부분 비중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12일 교육부 기자회견에서도 “중고교 학생이 배우는 역사는 국민 된 도리에서 갖춰야 할 지식 선에서 끝나면 된다”며 “이념 문제가 지나치게 논란이 되는 주제는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자유롭게 배우고 논문으로 공부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국정 교과서의 기본 틀은 ‘다양하고 풍부한 역사’가 아니라 ‘국민이 알아야 할 필요 최소한의 역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교과서가 이렇게 바뀔 경우 일선 교사들은 토론 수업과 다양한 교수학습 방법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가령, 대한민국 건국 과정이나 군사독재에 관한 주제를 가르칠 때, 교과서에는 주요 사건의 객관적 사실만 간략히 기술해 편향 논란을 피하고, 그 대신 교사가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부교재와 역사 서적, 인터넷 자료, 수업시간의 토론을 통해 풍성한 내용을 가르치자는 의견이다. 서울지역 한 사립고 역사교사는 “교과서를 두고 사회적으로 이같이 소모적인 논쟁이 계속된다면 차라리 교과서에서 근현대사는 간단히 기술하고, 교사와 학생의 토론이나 다양한 서적 등 부교재를 통해 부족한 내용을 가르치는 방법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이은택 nabi@donga.com·김희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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