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에 유리한 보험제도 손질
금융당국이 13일 고가 외제차에 대한 자동차보험 개선안을 마련한 것은 이처럼 수입차의 비싼 수리비가 일반 국민의 파산 위험을 가중시키고 보통 차량을 모는 서민들의 보험료 부담까지 끌어올린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에 비해 수입차 운전자들은 굴리는 차 값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보험료를 부담하고 있어 “서민들에게 비싼 보험료를 받아 부유층 자동차를 수리하는 데 쓴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이에 정부는 비싼 수입차 운전자가 부담하는 보험료를 올려 국산차 운전자와 형평을 맞추고, 외제차의 불합리한 수리·렌트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들을 이날 제시했다.
수입차 운전자에게 유리하게 설정돼 있는 차량 렌트에 관한 약관도 손보기로 했다. 지금은 교통사고가 났을 때 차량가액이 1000만 원도 안 되는 노후한 외제차라도 수리 기간에는 1억 원이 넘는 같은 차종의 최신형 외제차를 보험사들이 빌려준다. 이에 따라 외제차의 대당 렌트비는 131만 원으로 국산차(40만 원)의 3.3배에 이른다. 보험업계는 앞으로 동종의 외제차량 대신 배기량이나 연식이 유사한 국산차량도 렌트가 가능하도록 보험약관을 바꿀 예정이다. 약관이 바뀌면 앞으로 보험사는 상대적으로 값이 싼 국산 차량을 선택해 렌트해줄 가능성이 높아진다. 만일 수입차 운전자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소송을 진행해야 한다.
외제차를 이용한 보험사기 방지 대책도 마련된다. 차량을 수리하기 전에 예상되는 수리비를 미리 현금으로 주는 ‘추정(미수선) 수리비’는 자기차량 손해에 대해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추정 수리비를 받은 뒤 차를 고치지 않고 보험사만 바꿔 다시 사고가 발생한 것처럼 위장해 보험금을 청구하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경미한 사고에도 무조건 차 부품을 교환하는 관행도 바꾸기로 했다. 차 범퍼처럼 운전자의 안전과 무관하지만 교환비율이 높은 부품들을 추려 일정한 수리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약관에 반영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개선안을 위한 보험료율 변경, 약관 개정 등의 작업을 보험사와 금융 당국이 순차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