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PO 2차전서 주루 방해성 수비, 서건창의 가벼운 항의 오해해 말다툼
두산 감독-동료들은 “고의 아니다”… 오, 항변기회 있었지만 묵묵히 훈련만
오해라면 오해라고 할 수 있으니 억울할 법도 한데 당사자는 말이 없었다. 그 대신 팀원들이 ‘벤치클리어링 유발자’를 두둔하고 나섰다. 고의적으로 그런 게 아니라는 것이다.
문제가 된 장면은 1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2차전 8회초에 나왔다. 넥센 서건창(26)이 희생번트를 대고 1루로 뛰었다. 그때 1루 수비를 하러 들어온 두산 2루수 오재원(30)이 왼발로 주로(走路)를 막은 채 공을 받은 게 단초가 됐다. 속도를 줄여 뛰어온 서건창이 1루 베이스를 밟고 나서 “좀 피해서 잡지”라고 혼잣말을 한 게 관중 함성 때문에 오재원 귀에는 욕설로 잘못 들렸다. 흥분한 오재원이 곧바로 욕설로 받아치면서 말다툼이 시작됐다. 결국 양 팀 선수들이 모두 그라운드로 몰려나왔다.
여론은 오재원에게 불리하게 돌아갔다. 서건창은 4월 9일 잠실 경기 때 1루 수비를 보던 두산 고영민(31)과 충돌해 두 달 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이번에도 공교롭게 상대 팀이 두산이다 보니 서건창에게 동정적인 여론이 형성됐다. 넥센 염경엽 감독 역시 “깨끗하게 야구 하고 싶었는데 오재원을 비롯한 두산 선수들이 도발한다”며 오재원을 비판하고 나섰다.
그 대신 두산 감독과 동료들이 오재원을 감싸고 나섰다. 김태형 감독은 “우리가 북한인가? 도발하게?”라고 웃으며 농담을 던진 뒤 “오재원이 고의로 그런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오해한 부분에 대해서는 당사자들끼리 대화로 풀면 된다. 나도 준플레이오프가 끝나면 염 감독에게 전화해 오해를 풀 것”이라고 말했다.
오재원과 키스톤 콤비를 이루는 유격수 김재호(30)도 “고의성은 없었다. 송구가 치우쳐 공을 잡으려다 보니 그렇게 된 것뿐인데 너무 한쪽 이야기만 나오고 재원이 형을 비난하는 상황이 벌어져 안타깝다”고 말했다.
민병헌(28)은 “넥센 선수단에서 석연치 않게 생각할 수 있고 불만을 표시할 수도 있다”면서도 “일부러 그런 플레이를 한 건 분명 아닌데 포스트시즌이다 보니 상황이 더 예민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