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원짜리 상품’ 찾아 1년에 절반 지구촌 누벼
박정부 다이소아성산업 회장이 매장을 찾아 운영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2007년 루미낙 브랜드로 유명한 프랑스의 세계적 유리회사 ‘아크’ 본사를 찾아 단가를 제시했다. 공장장과 판매 책임자는 황당한 듯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는 “루미낙 브랜드를 안 붙이고 ‘메이드 인 프랑스’ 표기에 프랑스 국기만 쓰겠다”며 제품을 만들지 않는 밤 시간에 자동 설비를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아크 측은 본사 공정까지 꿰뚫고 있는 그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40센트로 하죠. 그 대신 이윤을 낼 만큼 오더를 줄게요.”
와인잔과 유리컵 등 10여 개 제품을 10만 개 이상씩 주문했다. 국내에 도착한 아크 제품을 프랑스 코너를 만들어 개당 1000원에 내놓자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아크와 샅바 싸움을 벌인 주인공은 박정부 다이소아성산업 회장(71)이다. 국내 최대 균일가숍 다이소는 생산시설이 없어 글로벌 아웃소싱으로 상품을 조달한다. 그는 질 좋은 새 제품을 싸게 공급받기 위해 1년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보내며 단가를 10원이라도 낮추려고 애쓴다. 직거래하는 협력업체는 국내 500여 개사를 포함해 세계 35개국, 3600여 곳에 이른다.
박 회장은 우연히 균일가숍과 인연을 맺었다. 1973년 한양대 공업경영학과를 마치고 전구 제조업체 풍우실업에 입사해 생산 책임자가 됐으나 사내 갈등으로 15년 만에 그만뒀다. 가족을 먹여 살릴 돈벌이가 절실했다. 44세 때인 1988년 한일맨파워를 세워 국내 대기업 임직원의 일본 연수와 세미나를 주선했다.
균일가숍을 알게 된 그는 국내 사업을 위해 1992년 아성산업을 설립했다. 5년간 준비해 1997년 5월 서울 강동구 천호동에 ‘아스코 이븐 플라자’를 열었다. 초기에는 싼 게 비지떡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장사가 잘 안됐다. 몇 달 뒤 외환위기로 경제가 어려워지자 고객이 몰리며 성장가도를 달렸다.
2001년 일본 다이소는 균일가 제품을 다른 일본 업체에 주지 말고 독점 공급해 달라고 했다. 고심 끝에 받아들였다. 일본 다이소가 반대급부로 4억 엔(약 40억 원)을 투자해 사명(社名)을 다이소아성산업, 브랜드를 다이소로 바꿨다.
“1000원에 팔 수 있는 상품은 무한하다.”
다이소가 파는 상품은 식품 주방용품 문구 등 3만 종이 넘는다. 가격은 모두 5000원 이하다. 1000원짜리가 전체 상품의 절반이나 된다. 종이컵 주방장갑 등 100여 개 생필품은 10년 넘게 1000원 그대로다.
“가격, 그 이상의 가치를 제공한다.”
어느 날 1000원짜리 면봉에서 이물질이 나왔다. 협력업체가 자동설비로 만든 면봉을 동네 주민들이 가져가 밥상 위에 놓고 포장하다 머리카락, 고춧가루 등이 들어간 것이다. 영세한 업체 사장은 봐 달라고 사정했다. 그는 “품질은 타협 대상이 아니다”라며 거절했다. 100만 개가 넘는 면봉을 전량 회수해 반품했다.
박 회장은 균일가숍을 국내에 들여와 많은 고비를 넘기고 국내 1000개 매장에 연매출 1조 원이 넘는 기업으로 키웠다. 지난해 다이소를 찾은 고객은 1억8000만 명, 판매한 상품은 8억7000만 개였다. 경기 불황 속에서도 매장 수를 꾸준히 늘리며 매년 700∼8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해외로 눈을 돌려 2010년 중국에 ‘하오쓰터(好思特)’ 브랜드로 진출했다.
박 회장은 다이소를 단순히 저렴한 제품을 파는 곳이 아니라 고객이 다시 찾고 싶어 하는 ‘넘버원 생활문화숍’으로 만들기 위해 지금도 뛰고 있다.
김상철 전문기자 sckim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