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근형 정책사회부 기자
내년 2월 오픈프라이머리까지 넉 달이나 남았지만 뉴햄프셔의 주도(州都)인 콩코드 시 곳곳에는 대선 후보들의 홍보 게시물이 내걸렸다. 호텔에서 TV를 켜면 10분이 멀다하고 정치인들의 이미지 광고가 이어졌다. 미국 정치의 중심인 워싱턴에서도 느낄 수 없는 열기였다. 유력 민주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은 연일 직접 뉴햄프셔 지역방송에 출연하기도 했다. 뉴햄프셔의 선택이 갖는 무게감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선거 열기만큼이나 인상적이었던 ‘뉴햄프셔의 선택’이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주 상하원이 원격의료에 관한 법률을 통과시켜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는 사실. 건강보험 확대(오바마 케어)를 두고 뜨거운 논쟁을 펼쳐왔던 양당이 한마음으로 법안을 통과시켰다는 사실 자체가 흥미로웠다. 공화당이 다수인 주 하원이 주도한 법안이지만 민주당 출신 주지사는 거부권 행사 없이 법안에 기꺼이 서명했다.
미국의 상황을 한국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따를 것이다. 하지만 ‘뉴햄프셔의 선택’에는 우리가 부분적으로 수용하면 현 난국을 타개할 수 있는 시사점이 적지 않은 것 같다.
뉴햄프셔는 주 정부에서 면허를 받은 의사들만 원격의료를 할 수 있게 했다. 주민들이 타 지역 병원으로 빠져나가지 않고 자기 지역의 의사들에게 진료를 받도록 유도한 것이다.
우리도 강원도 산골마을에 사는 사람은 반드시 강원도 소재지 병원 의사와만 원격의료를 할 수 있게 제한하면 어떨까. 현재 정부안은 서울 대형병원에서 초진을 받으면 재진부터는 원격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길을 터주고 있는데, 이 조항을 없애자는 것이다. 이럴 경우 대형병원 쏠림이 원천적으로 차단되고, 지역거점병원의 역량 강화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뉴햄프셔가 정신건강의학적 치료, 심리지원, 만성질환 관리 등 지역 수요가 높은 진료과목 중심으로 원격의료를 허용한 점도 주목해야 한다. 우리도 모든 진료과목이 아닌, 원격의료가 반드시 필요한 부분만 허용한다면 정부와 의료계가 타협할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유근형 정책사회부 기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