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태휘(알 힐랄)는 8일 쿠웨이트전과 13일 자메이카전 등 최근 A매치 2연전에 중앙수비수로 나서서 축구대표팀의 무실점 승리를 이끈 베테랑이다. 2018러시아월드컵 출전을 목표로 하고 있는 ‘슈틸리케호’의 최고참 곽태휘는 자신과 싸우며 꿈의 무대를 향한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후배보다 더 열심히 뛰어야 설자리 생겨
슈틸리케 감독님 백업 선수 배려에 감동
나이 들어도 대표팀·월드컵 도전은 계속
그야말로 파죽지세다. 축구국가대표팀은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자메이카와의 평가전(3-0 승)까지 올해 18차례의 A매치에서 14승(3무1패)을 수확했다. 단지 승수만 많이 쌓은 것이 아니다. 15경기 무실점을 하면서 수확한 결실이기에 가치가 더 높다. 그 중심에는 베테랑 중앙수비수 곽태휘(34·알 힐랄)가 있다. 지난해 10월 ‘슈틸리케호’가 처음 출항한 이후 치러진 A매치 22경기 중 13경기를 소화했는데, 그 중 10경기에서 무실점을 이끌었다. 성공적인 취임 1주년을 뒤로 한 채 또 다른 1년을 향해 나아가는 울리 슈틸리케(61·독일) 감독과 함께 한 곽태휘를 자메이카전이 끝난 13일 늦은 밤 만났다.
● 베테랑이 바라본 슈틸리케 감독
곽태휘는 현 상황을 자극제로 삼고 있다. “나이가 출전을 보장하는 게 아니다. 나이가 많다고 안 좋은 결과의 뒤에 숨을 수도, 덜 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경기장에 나설 때 더 빨리, 더 일찍 준비하고, 러닝을 할 때도 맨 앞에 선다. 때론 귀찮아도 그렇게 계속 자극을 주지 않으면 설 자리가 없다.”
후배들도 맏형을 잘 따른다. 항상 솔선수범하면서 실력으로 존재를 증명하는 그라운드의 리더, 정신적 지주로 인정한다. 차두리(35·FC서울)가 태극마크를 내려놓은 뒤 곽태휘가 그 자리를 메웠다. 슈틸리케 감독의 신뢰도 두텁다. ‘팀의 중심’이 화두에 오르면 곽태휘를 빼놓지 않고 언급한다. “그의 존재만으로도 팀은 힘을 얻는다.”
곽태휘도 슈틸리케 감독의 지난 1년을 가까이서 지켜보며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 특히 곽태휘에게 감동을 준 슈틸리케 감독의 한마디가 있었다. 언젠가 A매치를 앞두고 선발 라인업을 발표하며 백업 멤버들을 향해 던진 “(먼저 기회를 못줘) 미안하다”는 코멘트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언론 인터뷰 때도 “벤치의 선수들이 비 주전을 의미하지 않는다. 대표팀에 뽑힌 선수들은 모두 선발 자격이 있다”며 희망의 메시지를 불어넣는다.
지극히 평범한 말이더라도 보스의 배려에 충성을 다하지 않을 조직원은 없다. 곽태휘는 “일방적 지시나 강압은 없다. 어떤 일이든 선수들에게 의견을 먼저 물어본다. 소통의 방식이다. 처음에는 익숙지 않았는데 이제는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게 당연하게 됐다”며 웃었다.
그래도 성과를 논하지 않을 수 없다. 취임 초기 슈틸리케 감독은 “공격을 잘하면 이길 수 있지만, 수비를 잘하면 우승할 수 있다”는 신념을 밝힌 바 있다. 대표팀은 탄탄한 수비가 우선이라는 사실을 일련의 결과로 증명했다. 곽태휘는 “89분 잘하다가 1분 못하면 바보가 되는 것이 수비수다. 당연히 부담스럽다. 그래도 정확히 맞는 말이다. 실점 없이 버티기만 해도 최소한 패하지 않는다. 축구에선 단단한 수비가 좋은 결과의 밑바탕이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대성공. 곽태휘의 시선도 슈틸리케 감독과 동료들처럼 ‘월드컵’을 향한다. 축구 선수를 향한 늦은 출발과 평발, 좋지 않은 시력 등 온갖 아픔을 딛고 늘 오뚝이처럼 일어선 그이지만, 아직 월드컵은 먼 단어다. 2010남아공월드컵 때는 최종 엔트리에 뽑히고도 부상을 당해 중도 하차했고, 지난해 브라질월드컵 때는 내내 벤치를 지켰다.
곽태휘는 “후회 없다”고 했다. 그는 “늘 행복하지는 않았어도 내가 할 몫은 다했다. 부상을 통해 성숙해졌고, 백업으로 뭘 해야 하는지 깨달았다. 항상 교훈을 얻고 느낌표를 찍으며 월드컵 주기를 보냈다. 2018년 러시아대회는 어떻게 될지 몰라도 분명한 건 그 순간을 꿈꾸고 바라보며 준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당연히 태극마크의 무게는 상당하다. 곽태휘는 “내게 국가대표 은퇴란 없다. 축구화를 신고 있는 한 끊임없이 꿈을 꾸게 만드는 존재”라는 선배 이동국(36·전북현대)의 생각에 그 누구보다 공감한다. 그는 “내가 축구를 해온 큰 목적은 대표팀이었다. 월드컵 이전에 태극마크가 있다. 프로선수로서 국내외를 오가며 정규리그 우승을 제외하고 모든 트로피를 품에 안아봤지만, 여전히 발전하고 있음을 느낀다. 나이가 많다고 정체되는 건 아니다. 그래서 한 번 더 A매치를 소화하고 싶고, 더 나아가 월드컵에 도전하고 싶은 것”이라며 의지를 불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