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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창업기업 구하기… R&D자금 수혈효과 톡톡

입력 | 2015-10-15 03:00:00

[창조경제 밑거름 ‘中企 연구개발’]<上>‘죽음의 계곡’ 탈출 지원




국내 미용 의료기기 1위 기업으로 지난해 228억 원의 매출을 올린 하이로닉은 대표적인 기술형 창업기업이다. 2008년 설립 당시 10여 명의 소규모 인력으로 시작한 이 회사가 단기간에 급성장한 것은 5억6000만 원 규모의 정부 연구개발(R&D) 자금을 지원받은 영향이 컸다.

하이로닉은 지원받은 자금으로 피부 치료용 초음파 장치를 개발했다. 이 장치는 기존 암 치료에 사용하던 기술을 피부미용에 적용한 것으로 국내 최초이자,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개발된 것이다. 이 덕분에 매출이 커지면서 고용도 늘어 2011년 17명에 불과하던 직원이 지난해 113명까지 늘었다.

기술형 창업기업들이 이른바 ‘데스밸리(죽음의 계곡)’를 지나 초기 사업화에 안착하도록 정부가 적극적인 정책 지원에 나서고 있다. 데스밸리는 창업 초기에 사업화 및 시장 진입에 실패하는 현상으로 통상 5년차 내외의 기업들이 이런 위험에 가장 많이 빠진다.

하지만 정부가 단순히 R&D 예산을 투입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한국의 총 R&D 비용은 2013년 기준 59조3000억 원으로 세계 6위, 국내총생산(GDP) 대비 4.15%로 세계 1위다. 공공연구기관의 특허출원 건수도 세계 4위에 이르지만 휴면특허비율은 70.6%로 미국의 35%에 비해 두 배 이상 높다. 연구개발은 많이 하지만 실제 사업화로 수익을 내는 기술은 적다는 의미다.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기정원)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초기 창업기업이 R&D를 통해 실제 상업화에 성공하는 데 지원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올 초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의 기능조정에 나서면서 중소기업의 R&D 지원기능을 일괄적으로 기정원에 맡겼다.

기정원이 진행하는 ‘R&D 기획지원’ 사업은 이미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다. 이 사업은 R&D 자금을 지원하기 전에 해당 기업을 컨설팅한다. 기정원 조사에 따르면 사전 기획 후 기술개발을 시행한 과제의 사업 성공률은 46.4%로 단순히 R&D 자금만을 지원받은 과제의 성공률(39%)보다 7.4%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이찬형 기정원 팀장은 “특히 기획을 수행할 역량 및 인프라가 부족한 창업기업은 컨설팅을 통한 기획지원의 성과가 두드러졌다”고 평가했다.

창업 준비단계에서 구현한 초기제품을 시장수요에 맞게 개선하도록 지원하는 창업성장기술개발사업 예산도 꾸준히 늘어 올해 1624억 원에서 내년에는 2091억 원으로 약 29%가 늘었다. 특히 기술개발에 실패해도 불이익을 받지 않는 시장창출형창조기술개발사업의 예산도 지난해 41억 원에서 올해 60억 원까지 급증했다.

이 팀장은 “고급 인력들이 ‘고위험 고수익’을 낼 수 있도록 시장창출형창조기술개발사업자로 선정되면 기술개발에 실패해도 성실히 과제를 수행했다면 정부사업 참여 제한이나 정부 출연금 환수 등의 불이익을 면제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 지원 프로그램’인 이른바 ‘팁스(TIPS·Tech Incubator Program for Startup)’를 통해 정부 지원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 기존에는 정부가 R&D 예산 지원기업을 직접 선정했다. 하지만 전문성 부족 등으로 옥석을 가리는 게 쉽지 않았다. 팁스는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정부는 벤처기업을 육성하는 인큐베이터 운영사만을 선정한다. 해당 인큐베이터 운영사가 창업팀을 선정하면 여기에 정부가 최종적으로 정부 R&D 예산을 투입해 성공확률을 높이자는 취지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