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하루 종일 하버드대가 관할구역인 보스턴 주재 한국총영사관엔 최 씨의 연락처를 묻는 전화가 끊이지 않았다. 소셜미디어에선 “멋지다. 고맙다. 자랑스럽다”는 찬사가 쏟아진다.
그중 “당신이 진정한 애국자다”라는 표현에서 기자의 눈길이 멈췄다. 애국(愛國)이라는 단어가 나오면 재미동포, 특히 2, 3세들은 혼란스러워진다고 들었다. 한인풀뿌리운동단체인 시민참여센터의 김동석 상임이사는 “재미동포를 국적 개념으로만 접근하면 헛갈리고 애매한 상황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미국 내 한글학교에서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가르치면 결국 ‘독도는 미국 땅’이란 얘기가 된다는 농담도 나온다.
김 상임이사는 “미국의 한인들을 국적 기준으로만 보지 말고 ‘한미관계의 땅’에 사는 사람들로 봐 달라”고 말했다. 재미동포들이 최 씨처럼 한미관계에서 긍정적 역할을 하려면 우선 미국의 국익에 충실한 건전한 미국시민이 돼야 한다는 얘기였다. 최 씨가 미국인 학부모들도 부러워하는 명문 하버드대생이어서 미국 언론의 주목을 더 받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한국 정부나 한국민도 이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김 상임이사가 강조했다.
한미 간 불필요한 오해를 바로잡고 관계 증진을 위해 긍정적 역할을 하는 최 씨 같은 재미동포를 ‘대한민국 애국자’라기보다 ‘선의의 한미관계인’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부형권=뉴욕 특파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