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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멸렬 야당

입력 | 2015-10-15 03:00:00

‘국정 교과서 반대’ 총력전으로 내분 봉합 와중에
근거없는 ‘대선 개표조작’ 돌출… 리더십 또 흔들
野지도부 “강동원의원 개인 의견”




새정치민주연합이 13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강동원 의원(전북 남원-순창)의 “2012년 대선 개표 조작” 발언 파문으로 지리멸렬한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을 계기로 당 내분을 봉합하고 내년 4월 총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던 야당이 ‘근거가 희박한 대선 불복 프레임’에 스스로 빠지며 역공을 자초한 모양새다.

새정치연합이 지난해 ‘세월호 참사’, 올해 ‘성완종 게이트’ 등에서 주도권을 잡지 못한 건 ‘강력한 리더십의 부재 탓’이라는 지적이 많다. 계파 간 갈등을 조정하지 못한 채 재·보궐선거에서 잇따라 참패하는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것이다.

강 의원은 대정부질문 당시 “지난 대선 개표 부정의 증거가 밝혀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정통성이 없다”며 답변에 나선 황교안 국무총리를 몰아붙였다. 그러나 그 근거는 인터넷에서 떠도는 자료를 모은 개표 조작 의혹이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A4용지 3장 분량의 자료로 조목조목 반박했다.

원내부대표인 강 의원은 이에 대한 재반박 없이 13일부터 잠적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강 의원과 연락이 닿으면 (대처를) 어떻게 할지 고민하겠다”고만 밝혔다.

새정치연합은 사실상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철저하게 개인 의견이고, 당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며 거리를 뒀다. 14일 문재인 대표도 “어제 대변인실에서 당의 입장이 아니라 개인 의견이라고 논평을 냈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당 지도부의 긴급 대책회의도 없었다. 청와대가 강 의원의 사과와 야당의 조치를 촉구하자 이날 오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대응을 논의했을 뿐이다. 일부에서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강 의원을 옹호하는 발언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이용득 최고위원은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과 관련해 “지금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모두 미쳤다”며 “나라와 경제가 어떻다고 하는 게 하나도 정신 있는 사람들의 얘기처럼 들리지 않는다”고 막말성 발언을 했다. 국정 교과서의 역사적 책임을 놓고 논쟁해야 할 야당 최고위원의 태도는 아니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정부질문 이전에 두 차례 열린 새정치연합 사전회의에서 강 의원의 무책임한 발언을 걸러내지 못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강 의원은 2012년 총선에서 지난해 헌법재판소의 위헌정당 결정으로 해산된 통합진보당 후보로 전북 남원-순창에서 당선됐다.

한편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이날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역사 교과서 국정화의 찬성 의견은 47.6%, 반대 의견은 44.7%로 나타났다. 같은 기관의 2일 조사에선 국정 교과서 선호 42.8%, 검정 교과서 선호 43.1%였지만 여론의 역전 현상이 일어난 셈이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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