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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교과서 ‘산 넘어 산’… 집필거부 확산

입력 | 2015-10-15 03:00:00

서울 고려 연세 경희대 교수들 선언
보수학자들도 부담 커 불참 늘듯… 신뢰도 높일 우수 집필진 확보 비상




국내 대학의 역사학 및 인문사회계열 교수들이 잇달아 국정 역사 교과서 집필 참여를 거부하고 나섰다. 교육부와 국사편찬위원회는 다양한 성향의 실력 있는 집필진을 구성해 국정화 논란을 잠재우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집필진의 권위조차 인정받기 쉽지 않아 보인다.

연세대 사학과 전임교수 13명 전원은 13일 “향후 국정 교과서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어떤 형태로든 일절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학생들에게 부끄러운 처신은 결코 하지 않겠다”고 집필 거부 의사를 밝혔다. 앞서 서울대 역사 관련 학과 교수 34명, 고려대 역사 및 인문사회계열 교수 160명도 국정화에 반대하며 집필 거부를 밝혔다. 경희대 사학과 교수 9명 전원도 14일 성명을 내고 “역사 교과서 국정화 회귀에 반대해 국정 역사 교과서 집필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들을 비롯해 전국 대학에서 집필 거부를 선언한 교수들만 14일까지 2000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같이 국정 교과서에 대한 학계의 여론이 계속 나빠지자 국정화에 찬성하는 보수 성향의 교수들조차 집필에 참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집필진 구성에 난항을 겪게 된 교육부는 집필진 명단 공개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당초 국사편찬위원회는 집필진이 확정되면 명단을 공개해 투명성을 확보하겠다고 기본 방침을 정했지만 지금과 같은 여론에서 집필진 명단이 공개되면 ‘신상 털기식’ 검증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집필진이 어떻게 구성되느냐에 따라 국정 교과서의 수준과 신뢰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여론의 검증을 무사히 통과할 양질의 집필진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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