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미석 논설위원
명품에 눈뜬 중국 인민
중국 국경절 연휴(10월 1∼7일)에 한국을 방문한 유커는 지난해보다 17.7% 늘었고 유통업계의 중국인 매출은 30% 성장세를 기록했다. 하지만 밀라노 피렌체 등 주요 도시마다 서울의 경복궁과 청계천을 찾아온 유커보다 더 많은 단체관광객이 ‘점령’한 모습을 보니 슬그머니 걱정이 된다. 언제까지 한국이 근거리 이점을 살려 유커 특수에 기댈 수 있을지 해서 말이다. 한국의 상권과 관광지도 중국인에게 점령된 지 오래지만, 어찌 보면 세계의 바다 위에 떠있는 빙산의 일각 위에 좌판을 벌이고 있는 형국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일본 경제가 잘나갈 때 선배들이 이런 얘기를 했다. 일본어만 알아도 해외여행에 별 지장 없다고. 지금은 ‘큰손’ 중국인들이 예전 일본인들이 누렸던 자리를 꿰찬 듯하다. 밀라노 국제공항의 안내표지판에 이탈리아어 영어 중국어가 나란히 적혀 있고 금발머리 여직원은 중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했다. 명품 매장마다 중국인 직원들이 쇼핑을 돕는다.
유커가 자유롭게 외부 세상의 문물을 접하고 있으나 여전히 변하지 않는 것도 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에 대한 중국 당국의 인터넷 검열과 통제다. 세계적 기업도 그 앞에선 맥을 못 춘다. 5년 전 검열 등을 이유로 본토에서 철수한 구글은 당국에서 승인받은 앱만 제공하는 방식으로 재진입을 모색하고 있다. 10일자 뉴욕타임스는 애플이 정부 검열을 의식해 아예 새로운 뉴스앱 서비스를 스스로 차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국경이 무너진 미디어 세상에서 이런 후진적 관행이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중국 인민은 자신들이 만든 모조품 대신 해외로 명품을 사러 갈 만큼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정보와 뉴스에서 엄격한 통제를 받는 ‘모순의 시대’를 살고 있는 셈이다.
중국의 경기 흐름에 신흥국부터 선진국까지 신경을 곤두세운다. 19일로 예정된 공식 발표에 앞서 파이낸셜타임스가 중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이 올해 성장 목표치로 제시한 7%보다 부진한 수준이라고 전망하자 글로벌 금융시장이 출렁거린다. 중국 경제가 세계 각국의 공통 관심사이긴 해도, 덩치는 커졌으나 아직까지 속을 꽉 채우지 못한 이웃을 상대해야 하는 한국의 고민은 여느 나라보다 크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만큼 한류든 비즈니스든 변화를 제대로 파악하고 대처 방법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극과 극의 세계가 아슬아슬하게 공존하는 중국은 어떤 모습으로 변해갈 것인가, 기대와 걱정 속에 중국의 미래를 주시하는 이유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