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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질 국정교과서 1년내 쓰기 힘들어”

입력 | 2015-10-15 03:00:00

[역사교과서 국정화]
호흡 맞는 필진 모인 검정과 달리… 좌우 아우르려면 토론 진통 예상
2017년 배포 계획 무리수 지적




‘국정 한국사 교과서’를 집필하는 데 주어진 시간은 길어야 1년 남짓이다. 이 기간에 이념적 편향성 해결, 새로운 교육과정 적용 등 과제가 많아 ‘질 좋은’ 교과서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더욱 많은 집필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중고교에 적용되는 시기는 2018년이지만 국정 한국사 교과서는 이보다 1년 빠른 2017년부터 적용된다. 이 때문에 교육부는 일부 과정을 생략하고 집필 기간을 최대한 확보한다는 방침이지만 집필진에게 주어진 시간은 1년에 불과하다.

현행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에는 교과서 개발 기간을 검정의 경우 ‘현장 사용 최소 1년 6개월 전’으로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는 집필 기간뿐만 아니라 심사나 교과서 제작 등에 필요한 모든 기간을 포함하고 있어 실제 집필 기간은 대체로 1년을 넘지 못했다.

한영우 서울대 명예교수는 “검·인정 교과서는 평소 호흡이 맞는 사람들이 팀을 짜 집필하기 때문에 조율이 잘 되지만 이번에 국정 교과서를 집필하기 위해 모이는 사람들 사이의 조율이 잘 이뤄질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교과서에 실릴 내용 선택, 서술 방식 등을 두고 집필진 간의 충분한 논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특히 교육부의 구상대로 이념적으로 좌우를 아우르는 집필진을 구성하는 경우 특정 역사적 사실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 내려면 상당한 진통이 있을 것으로 예상돼 시간과의 싸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국정 교과서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을 처음 적용하는 교과서이기 때문에 교육과정의 특징과 주요 내용 분석에도 상당한 시간을 투입해야 하고, 기존 서술과 크게 다른 방식으로 집필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기존 교과서보다 절대적으로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또 집필자 대부분은 현직 교수와 교사 등이어서 연구와 수업을 하면서 교과서를 써야 해 집필에 필요한 물리적 시간을 확보하기가 쉽지는 않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집필자들이 시간이 부족하면 교육과정을 연구해 충실히 반영하지 않고 기존 교과서의 내용을 재활용하거나 순서만 바꾸는 식으로 새로 쓴 것처럼 만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영호 인하대 사학과 교수는 “집필기간 1년은 질 좋은 교과서를 만들기에 충분하지도 않고, 정부가 교과서를 빨리 만들어 내기 위해 정해 놓은 시간일 뿐 좋은 교과서 제작을 고려해 정한 시간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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