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 국정화] 국정교과서 첫발부터 난기류
與 “야권 편 가르기 식 투쟁”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운데)가 14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 대표는 야당을 겨냥해 “역사 교과서 집필진 구성도 되지 않았는데 무조건 반대하고 편 가르기 식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野 “친일 역사관 가르칠 수 없어”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운데)는 14일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정부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과 관련해 “친일파 역사관, 독재자의 가치관이 올바르다고 가르칠 수는 없다”며 정면 대응할 방침을 밝히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14일 국회 당 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14일 국회 당 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14일 국회 당 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역사학계를 중심으로 국정 교과서 집필 거부 움직임이 확산되면서 우수한 집필진을 구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집필진의 역량은 국정 교과서의 수준을 좌우한다. 집필진의 수준이 낮거나 특정 이념을 가진 연구진만 참여하게 되면 또다시 오류 또는 편파 시비가 일어날 수 있다.
○ 집필 거부 확산… 제작 일정 차질 우려
출판업계에 따르면 현재 검정 교과서를 집필하는 과정에서도 교수 섭외는 쉽지 않았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교과서 집필을 위해 교수들을 접촉하면 교과서 집필로 자신의 본업인 연구와 논문에 지장을 받게 돼 꺼린다”며 “교수들 입장에서는 국정 교과서 집필로 큰 금전적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대체로 참여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14일 현재 대학가에서는 계속 추가적인 집필 거부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육영수 중앙대 역사학과장은 “국정화에 당연히 반대한다”며 역사학과 교수들과 논의한 뒤 조만간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직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서강대, 성신여대, 한양대 등도 내부에서는 역사학과 및 사학과 교수들을 중심으로 집필 거부 논의가 긴박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와 고려대에서는 학생들도 성명이나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의 국정 역사 교과서 도입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특히 서울대에서는 14일부터 일부 학생들이 실명으로 ‘국정화 반대 대자보’를 교내 게시판에 내걸기 시작했다.
○ 명단 공개, 또 다른 ‘폭탄’ 될까
11월에 예정된 국정 교과서 집필진 명단 공개는 국정화를 둘러싼 갈등의 또 다른 도화선이다.
김정배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은 12일 “교과서 집필은 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일인 만큼 투명해야 한다”며 “집필진이 구성되면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 상황이 심상찮게 돌아가자 교육부 관계자는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말을 돌렸다. 교육부 입장에서는 집필진 명단이 공개되면 집필진의 자질과 이념을 둘러싼 검증과 논란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명단이 공개되면 각 집필진의 저서와 수십 년 전 논문까지 샅샅이 검증이 시작될 텐데 이를 버텨낼 교수는 거의 없을 것”이라며 “김 위원장이 공개한다고 했지만 내부적으로는 다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가 공식적으로 만드는 역사 교과서의 집필진을 비공개로 뽑아 운영하는 것은 더더욱 여론의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커 교육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서울지역 한 사립대 교수는 “역사학자의 본분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역사를 기록하는 일”이라며 “덮어놓고 집필을 거부하는 것보다는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자신의 학문적 신념대로 교과서를 집필하고, 만약 정부의 집필 기준이나 간섭에 문제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항의하고 싸워서 고쳐 나가는 것이 학자의 의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집필 거부가 계속 확산되면 결국 정부는 국정화에 전폭적으로 찬성하는 뉴라이트 계열의 교수들 위주로 집필진을 구성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