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 국정화] 국정교과서 ‘이념전쟁’ 확대
“김일성 주체사상을 우리 아이들이 배우고 있습니다.”(새누리당)
“좋은 대통령은 역사를 만들고 나쁜 대통령은 역사책을 바꿉니다.”(새정치민주연합)
양당이 국회 앞 도로에 14일 내건 현수막 문구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놓고 사생결단으로 대립하고 있는 여야의 대치 전선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다.
김 대표는 이날 동아일보가 후원한 ‘통일한국을 위한 사회개혁 대토론회’ 축사에서 “(역사 교과서 국정화가) 느슨한 좌파가 결집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서도 “애국심이 발동해 (내년 총선에서) 손해 볼 것을 각오하고 추진하는 것”이라며 진정성을 호소했다.
양창영 의원도 이날 국회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재외동포용 역사 교재 역시 왜곡된 역사관을 담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국내에서 처리하는 문제와 같은 위상의 노력을 기울여 바로잡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홍문종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특정 사관을 가진 사람들이 (일선 학교가) 잘못된 교과서를 선택하게 압박하거나 회유해서 얻는 여러 가지 이득을 희생해야 하기 때문에 가장 극렬하게 반대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맞서 새정치연합은 ‘정부가 검인정한 교과서인 만큼 책임은 박근혜 정부에 있다’며 총력 반발에 나섰다. 문재인 대표는 “새누리당의 ‘18번’이 또 나왔다”며 “(‘주체사상을 아이들이 교육받고 있다’는 현수막 내용이) 사실이라면, 검인정 교과서들을 합격시켜 준 박근혜 정권이 책임지고 물러나야 할 일 아닌가. 최소한 교육부 장관은 해임감”이라고 비난했다.
새정치연합은 새누리당을 교과서 집필진과 발행자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교육부를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 고무찬양죄 등 혐의로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또 전날 서울 지하철 여의도역에서 국정화 저지 서명운동을 방해한 보수단체 ‘어버이연합’에 대한 법적 대응도 진행하기로 했다.
여론전 강화 차원에서 전국에서 직장인 퇴근 시간대에 국정화 반대 서명운동도 시작했다.
홍정수 hong@donga.com·황형준·윤완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