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준성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객원교수 미국 변호사
형법 제268조는 업무상 과실 또는 중대 과실로 사람을 사상에 이르게 한 자는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했다. 세월호 잠수사처럼 자원봉사를 해도 업무상 과실치사로 기소를 당할 수 있는 것이다. 고의 또는 중대 과실이 없는 한 형사상 책임을 감면해 주는 법률상 면책조항, 일명 ‘선한 사마리아인법(Good Samaritan Law)’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자원봉사자 보호 장치는 미비하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은 부상 때 치료를 하고 사망 또는 장애를 입었다면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한다. 장비 수리비용 보상조항은 임의사항이고 훈장 또는 포장을 수여할 수 있는 포상 조항은 세월호 사건엔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자원봉사활동 기본법’은 타인의 신체 또는 재물 손괴에 보험가입 조항이 있으나 강제사항이 아니고 기존에 설립 또는 설치된 기관 법인 단체 등에 소속돼야만 적용된다.
자원봉사자보호법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면책범위를 최대한 늘린다. 연방법 우선주의 원칙에도 불구하고 주법이 보다 많은 혜택을 제공할 때는 주법을 적용한다. 둘째, 보상기준이 엄격하다. 실제 비용 등에 합리적 보상을 제외한 다른 보상을 받으면 안 된다. 또 직급을 막론하고 매년 500달러를 넘는 어떠한 형태의 경제적 가치를 받을 수 없다. 셋째, 금지행위도 있다. 폭력범죄, 인종범죄, 인권법 위반, 음주 등의 위법행위는 보호받지 못한다. 넷째, 제3자에 대한 자원봉사자의 책임만 제한한다. 비영리단체 또는 정부기관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제3자 소송 패소 때 자원봉사자를 상대로 하는 구상권 청구도 가능하다.
자원봉사자들을 불필요한 소송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할 제도적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한국식 자원봉사자보호법 제정을 제안한다. 세월호 구조처럼 대규모 자원봉사자가 필요할 때 고의 또는 중대 과실이 없는 한 형사처벌을 면하게 해야 한다. 면책조항 신설과 더불어 비조직화된 자원봉사자들과의 개별 응원협정 체결 및 관련조항 사전고지 의무도 법제화해야 한다.
안준성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객원교수 미국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