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2%대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사실상 현실화됐다. 올해 성장률 전망을 7월에 2%대로 낮췄던 한국은행은 전망치를 더 떨어뜨렸다. 금리인하와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경기부양을 위한 정부와 한은의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잠재성장률(3%대 초반)에 못 미치는 성장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다.
2010년 이후 한국 경제는 경기 여건이 나아지면 성장률이 3%대에 간신히 턱걸이하고, 조금만 나빠지면 2%대로 추락하는 패턴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의 성장률은 2011년부터 내년까지 6년 연속 세계 평균 경제성장률을 밑돌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은은 이날 발표한 ‘2015~2016년 경제전망’에서 “내수 부문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의 영향에서 벗어나 개선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대외 수요 둔화에 따른 수출 부진 때문에 회복세가 미약한 상황”이라며 올해 성장률을 2.7%로 전망했다. 한은의 수정 전망치는 정부(3.1%)보다 0.4%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이날 이주열 한은 총재는 “우리 경제의 리스크는 내부보다는 외부 요인이 더 크다”며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경기둔화,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 가능성, 원유 및 원자재 가격 변동 등을 주된 위협 요소로 들었다. 다만 이 총재는 “내수는 개별소비세 인하,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등 정부의 소비 활성화 대책이 이어지며 비교적 빠른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고 앞으로도 소비 개선세는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연 1.5% 수준에서 만장일치로 동결했다. 금융시장 일각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이 미뤄질 것이란 전망에 따라 한은이 연말에 금리를 한 차례 추가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한은이 이날 내수 회복을 전제로 성장률 전망치를 소폭 조정하는 데 그치면서 추가 인하 가능성이 줄었다는 분석이 시장에서 나오고 있다.
미 연준의 행보는 한은의 통화정책보다는 금융시장에 더 큰 영향을 줬다. 최근 경기지표가 정체된 흐름을 보이며 연준이 금리인상을 주저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자 글로벌 시장에서 달러화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6.6원 급락(원화가치는 상승)한 1030.2원에 마감했다. 환율은 지난달 30일 이후 약 보름 간 65원 가량이 떨어졌다. 코스피도 미국 금리인상 지연과 중국의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로 전날보다 23.72포인트(1.18%) 오른 2,033.27로 거래를 마쳤다.
최근의 환율 급락세는 가뜩이나 어려운 기업들의 수출 사정을 더 악화시킬 수 있어 우려된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원화가치 절상이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건 일반적인 이론이지만 지금의 환율 움직임이 일시적인 것이라면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